김인식(왼쪽) 전 감독과 김경문 전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김인식(왼쪽) 전 감독과 김경문 전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고척=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맞대결이 열린 23일 고척스카이돔. 경기 전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야구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김인식(75)과 김경문(64) 감독이다.

두 감독은 한국 야구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김인식 감독은 2006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김경문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한국 야구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두 감독은 이날 '야구의 날'을 맞아 기념 공로패 수여 행사에 참여했다.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두 전 감독에게 직접 공로패를 전달했다. 김경문 전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 당시 대표팀 포수였던 진갑용(48) KIA 수석코치와 배터리를 이뤄 경기 전 시구를 했다.

김인식, 김경문 감독은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한국 야구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한국야구의 영광과 좌절을 모두 지켜본 이들은 이강철(56) KT 위즈 감독이 이끄는 2023 WBC 대표팀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둘은 이강철호가 '드림팀'을 구성해 WBC에 출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식 감독은 "야구로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선수들이 나라를 위하는 마음, 팬들에게 받은 대우를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리그 대표 선수들이 모두 모여서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는 선수층이 약해서 몇 명이 빠지면 전력이 약해진다. 하지만 최정예 멤버가 모이면 승산이 있다. 단기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김경문 감독은 "국내에서 김광현과 양현종, 구창모, 박종훈 등 좋은 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투수 코치로도 활약했고, 경험이 많다. 이번에는 정말 한 번 일을 낼 것 같다. 한국 특유의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잘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는 한국계 미국인 데인 더닝. /AP 연합뉴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는 한국계 미국인 데인 더닝. /AP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 선수들에게 태극 마크를 달아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힘줬다. 현재 데인 더닝(28·텍사스 레인저스), 미치 화이트(28·토론토 블루제이스), 토미 에드먼(27·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선수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다. WBC에 나서는 선수들은 부계 또는 모계 쪽 혈통 중 한쪽을 정해 출전 국가를 선택할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미국 국적 선수 중 한국 대표로 WBC 참가를 희망하는 선수가 몇 명 있는 것으로 안다. 이번 기회에 대표팀에 불러야 한다. 처음이 어렵지 한번 문을 열면 다음부터는 괜찮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야구계 어른인 두 감독은 한국야구를 향한 애정 어린 쓴소리도 남겼다. 한국야구만의 색깔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식 감독은 "요즘 MLB 팀들은 작전을 별로 안 하고 선수들한테 맡기는데 우리도 그걸 너무 따라가고 있다"면서 "아직 한국야구는 그 정도 수준이 된 것이 아니다. 중요한 상황에선 작전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MLB에서 이렇게 한다고 겉핥기 식으로 따라 해선 안 된다"면서 "어떤 경기를 보면 감독이 아무것도 안 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냥 선수에게 맡기면 된다는 식의 사고가 퍼져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마이너리그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김경문 감독도 "MLB 30개 팀 중에 번트 연습 하는 곳이 몇 개 안 된다. 도루도 가급적 자제한다. 한국야구가 이걸 바로 따라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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