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00억원대 투자 결정하고도 당장 전기차 보조금 대상서 제외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착공 올해 중으로 앞당기는 방안 등 검토
정의선 회장, 23일 미국 출장길 올라…현지서 대응책 논의
현대차가 시판 중인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가 시판 중인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시행으로 현대자동차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100억달러 규모의 현지 투자를 결정하고도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판매에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현지 생산공장 조기 가동 등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총 7400억달러 규모의 IRA 최종 서명했다. 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중국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만들어진 배터리·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 중고차 기준 최대 4000달러, 신차는 7500달러의 보조금이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된다. 

현재 미국에서 시판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은 전량 한국에서 생산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로 현지 판매량이 저하되고 앞으로 출시할 아이오닉6, EV9 등 신차 현지 공략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점유율 2위를 차지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올 2분기 기준 현대차 아이오닉5 판매량은 7448대로 판매량은 전기 대비 19.2% 증가했으며 기아 EV6는 2분기 7287대로 전기 대비 37.9% 판매가 느는 등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특히 IRA 시행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데 상황에서 결정된 만큼 더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전기차·로보틱스·UAM 등 분야 총 105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로보틱스와 U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50억달러, 전기차 전용 공장에 55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이다.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미국을 미래 성장동력의 연구개발(R&D) 기지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상황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 계획에 따라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었다. 해당 공장의 착공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으나 최근 이를 앞당겨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생산 시점을 2024년으로 당겨 보조금 대상 제외에 따른 타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지난 23일에는 정의선 회장과 공영운 사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정 회장 일행은 워싱턴DC의 현지 사무소를 방문하고 약 1주일 간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업무 협의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 사장이 국내외 대관 업무를 포함해 그룹의 전략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조지아 전기차 공장 조기 착공 등 IRA 대응 논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IRA 시행에 따라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하고 미국 정부와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5일 열린 간담회를 통해 타격이 예상되는 자동차·배터리·반도체 업계와 현지 소통 및 다른 국가의 움직임 모니터링 등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6일 방한 중인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주지사를 만나 IRA와 관련해 “한국 기업의 우려가 큰 만큼 한국 기업이 차별 없이 미국 기업과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주정부 차원에서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으며 박진 외교부 장관도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에게 우리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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