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성심당'
맛과 색이 즐거운 '삼천제빵'
SNS 맛집으로 떠오른 '인셉트'
종착역에서 즐기는 화려한 마무리 '꾸드뱅'
성심당 부추빵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대전=한스경제 이수현 기자] 음식 하나만 생각하고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다. 무릇 여행이란 멋진 풍경을 감상하거나 의미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등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떠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음식을 먹더라도 많은 종류를 찾지 한 음식만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미쉐린 가이드 중 3스타 음식점은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될만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말처럼 대전 곳곳에 자리 잡은 빵집들은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된다.

8월 찾아간 대전 빵집은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집도 있고 숨겨진 맛집도 있다. 지역을 관통하는 대전 지하철 1호선을 따라 떠난 일명 '빵지순례'를 즐기다 보니 동틀 무렵 떠난 여행은 노을이 질 무렵 끝날 정도였다.

◆대전의 상징, 대전의 문화 '성심당'

대전에 가기 전 지인들에게 여행을 알리니 한결같이 나오는 빵집이 있었다. 바로 성심당이다. 대전 엑스포는 몰라도 성심당은 알 정도로 성심당은 대전의 상징이자 문화 그 자체다. 대전역 한편에 있는 성심당 분점은 대전을 떠나는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가 돼 늦은 밤까지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전 성심당 매장 풍경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성심당이 대전의 상징이 된 이유는 성심당의 정체성 덕분이다. 성심당은 전국에 이름을 알렸지만 대전 밖에 체인점을 내지 않고 대전 시내 곳곳에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성심당은 대전 안에서 그 가치를 지키고 있고 기자가 대전 여행 첫 코스로 성심당을 선정한 이유도 이러한 상징성 때문이다.

대전역에서 약 15분 걸어 도착한 성심당 앞에는 대전을 상징하는 마스코트 '꿈돌이'가 두 손에 빵을 들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8시가 막 지난 시간임에도 가게 안에는 많은 손님이 있었고 빵을 구워내는 직원들의 움직임 또한 분주했다.

성심당의 명물은 튀김소보로와 부추빵이다. 하지만 두 빵으로 성심당을 모두 평가할 수 없다. 애플파이와 단팥빵, 크루아상 등 성심당은 다양한 종류 빵을 판매하고 그 맛 또한 일품이다. 가게 2층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고 카페도 있어 커피 등 음료와 즐기기에도 좋다.

성심당 문화원 전시관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성심당 문화원 전시관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빵을 충분히 즐긴 후 성심당 문화원으로 향했다. 성심당이 맛을 즐기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성심당의 정체성을 느끼는 공간이다. 그중 4층에서는 개관 특별전으로 '연결: 시간을 잇다' 전시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1950년 흥남철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성심당의 이야기를 차례로 감상할 수 있다. 이어 5층에는 홍빛나 작가의 '소소한 마을, 나의 성심당' 전시회가 12월까지 열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맛과 색에 황홀한 빵집 '삼천제빵

'삼천제빵' 사과빵(오른쪽)과 유자빵(왼쪽)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삼천제빵' 사과빵(오른쪽)과 유자빵(왼쪽)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성심당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대전 중심가로 향했다. 그중 대전시 서구 둔산동은 대전시청을 비롯해 대전경찰청과 대전지방검찰정, 대전지방법원 등 여러 시설이 있어 가장 많은 이들이 다니는 번화가다. 깔끔하게 정돈된 길을 따라 걸으니 대전역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둔산동에 있는 '삼천제빵'이 보인다. 2018년 문을 연 '삼천제빵'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게는 흰 벽에 분홍색 의자가 시선을 끈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지나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혹여나 자리가 없어 빵을 먹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가게는 2층까지 운영하고 있어 안심하고 자리를 잡았다.

판매하는 빵은 인기 메뉴라는 단팥빵을 비롯해 여러 종류가 있지만 유자빵과 사과빵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름처럼 각자 유자와 사과색인 두 빵은 속에 크림과 함께 유자와 사과가 들어있어 색다른 맛을 낸다. 빵은 부드럽고 속은 달콤하면서도 새콤했다. 빵을 즐기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니 즐거움은 배가 된다.

가게는 빵과 함께 다양한 음료를 함께 판매한다. 그 중 생과일착즙주스는 '삼천제빵'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과일을 착즙해 캔에 담아 판매하는 주스는 과일의 새콤함을 담고 있다. 갓구운 따끈한 빵에 주스를 곁들이면 그 자체로 행복한 경험이다.

◆떠오르는 '빵지순례' 필수코스 '인셉트'

인셉트 매장 전경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인셉트 매장 전경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이번에는 둔산동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갈마동은 지하철을 타도 금방 갈 수 있고 걸어서도 무난히 갈 수 있다. 그리고 갈마역에서 나와 갈마공원을 따라 약 10분 걷다 보면 빵집 '인셉트'에 갈 수 있다.

흰색 벽에 녹색 벽으로 깔끔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인셉트'는 규모는 방문했던 빵집과 비교해 작지만 그만큼 안락하다. 가게 주변에는 중학교가 있고 빌라촌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그만큼 다양한 사람이 가게를 방문하는 듯했다. 이와 함께 SNS를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 가게를 방문했을 때 이미 여러 손님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떤 빵을 먹어볼까 오랜 고민 끝에 이번에는 조개 모양 빵인 마들렌을 먹어보기로 했다. 프랑스 원산지인 마들렌은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18세기 로렌 지방 공작의 요리사 마들렌이 처음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마들렌이라는 여성이 순례 중 처음 빵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유래는 몰라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은 마들렌은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 빵이라는 점이다.

'인셉트' 마들렌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인셉트' 마들렌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빵은 버터와 계란, 설탕 등 어찌 보면 단순한 재료를 사용했지만 그 맛은 단순하지 않다. 부드러운 식감은 카스텔라와 비슷하지만 조개 모양을 하고 있으니 보는 재미까지 넘친다. 빵과 함께 주는 칼과 포크를 손에 쥐고 천천히 빵을 음미하다 보니 SNS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다음 빵집을 방문해야 하기에 더 많은 빵을 먹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인셉트'는 마들렌뿐 아니라 휘낭시에, 소금빵, 쿠키까지 다양한 빵을 판매한다. 그리고 지금도 신메뉴가 나오고 있어 재방문 의지를 더욱 불태우게 한다.

◆종착역에서 화려한 마무리 '꾸드뱅'

'꾸드뱅' 매장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꾸드뱅' 매장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종착역까지 이동했다. 유성구 지족동에 있는 빵집 '꾸드뱅'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종점인 반석역에서 약 15분 정도 소요되는 '꾸드뱅'은 대전역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맛있는 빵을 자랑한다.

직전에 마들렌을 먹었으니 이번에는 휘낭시에를 주문했다. 마치 금괴를 떠올리게 하는 모양을 가진 휘낭시에는 파리 금융가에서 즐겨 먹는 간식 중 하나였다고 한다. 재료는 계란과 버터 등 마들렌과 큰 차이가 없지만 휘낭시에는 마들렌과 달리 계란 흰자만 사용한다.

재료가 미세하게 달라서일까 휘낭시에는 마들렌보다 상대적으로 더 바삭한 느낌을 준다. 마들렌이 파운드케이크 같다면 휘낭시에는 쿠키를 떠올리게 한다. '꾸드뱅'은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은 '플레인 휘낭시에'와 레몬은 추가한 '레몬 휘낭시에' 등 여러 종류 휘낭시에를 함께 판매해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플레인 휘낭시에(아래)와 레몬 휘낭시에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플레인 휘낭시에(아래)와 레몬 휘낭시에 / 대전=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빵을 주문하면 매장에서 식사하도록 쟁반에 담아주기도 하고 포장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빵이 담긴 포장지를 보니 인상적인 문장이 들어있었다. '빵만 있다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 소설 '돈키호테' 작가로 잘 알려진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한 말로 알려진 이 문장은 빵의 의미를 잘 담고 있는 듯했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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