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도체→건설→디스플레이, 복권 뒤 광폭 행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2015년 뒤 한 번도 찾지 않아
조선업 부활+반도체공장 건설 참여…삼성중공업 반등 시작?
"거제 온다면 한국 조선업계 전체에 큰 힘 될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MZ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MZ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뒤 주요 사업장을 다니며 임직원들과 스킨십은 물론 ‘뉴 삼성’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 행보에 속도를 붙임에 따라 재계에선 그의 향후 행선지가 어디일지 궁금해하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오랜 기간 찾지 않았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올 가을 내 방문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복권 이후 처음으로 경기도 용인 기흥반도체 연구개발단지를 찾은 데 이어 24일엔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을 들러 현장 경영 행보를 펼쳤다. 이틀 뒤인 26일엔 수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MZ세대 직원들에게 내년 출시 제품 보고를 받았다.

고위 임원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서류 보고를 받는 딱딱한 경영이 아니라 직원식당을 찾고 평사원들과 사진을 찍는 등 소탈한 움직임을 드러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첫 방문지로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공장을 선택했으나 이후엔 건설과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옮기면서 업종별 사업장을 두루두루 찾고 있는 점도 주목받는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7년간 간 적이 없었던 거제조선소를 방문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최근 에너지 대란에 따른 조선업 호황 가능성이 높아졌고 삼성중공업이 모처럼 건설 분야에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룹 입장에서 삼성중공업은 계륵 같은 존재'라는 외부 인식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형태의 원유시추시설인 드릴십을 대거 제작했다가 2010년대 중반 유가 급락에 따른 선주들의 인수 포기로 경영난에 빠졌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으며, 이 기간 손실액이 5조5652억원에 달한다.

앞서 2014년엔 삼성엔지니어링과 추진했던 합병안이 주주들의 반대해 직면해 무산되는 등 최근 10여년간 진퇴양난 신세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선 국제에너지계가 탈러시아를 추진함에 따라 카타르 등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요가 높아져 LNG선 인기와 가격이 급등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LNG선 24척과 컨테이너선 9척을 약 63억5000만달러에 수주, 연초 수주 목표인 88억달러 초기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특히 달러당 환율이 연초 1190원에서 최근 1350원으로 약 13% 오른 것을 고려하면 수주액이 더 커진 셈이다.

조선업계에선 삼성중공업이 올해는 어렵더라도 내년엔 75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으로 2014년 이후 9년 만의 연간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을 일부 맡은 것을 눈여겨 보는 이들도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설 사업을 재개한 것인데 ‘잘 짓는다’며 그룹 안팎에서의 평이 좋다는 후문이다. ‘뉴 삼성’ 체제에서 삼성중공업의 역할이 일정 부분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중공업 역할 확대는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통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거제조선소 방문 기대감이 커지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임원이 된 뒤 거제조선소를 두 번 찾았다. 전무 시절이던 지난 2007년 처음 내려갔으며 8년 뒤 부회장 취임 3년 뒤인 2015년에 다시 한 번 찾았다.
다만 첫 방문은 부친 이건희 전 회장이 왕성하게 경영활동을 전개하던 때여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고, 두 번째 방문은 삼성중공업이 실적 부진 등에 따른 구조조정 설화에 휩싸이는 등 좋은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최근엔 달라져 이 부회장도 경영활동을 위한 족쇄를 벗었고, 삼성중공업도 반등을 위한 시동을 걸었기 때문에 세 번째 방문이 이뤄진다면 더욱 의미있는 행보가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거제를 찾는다면 삼성중공업을 넘어 힘든 시기 잘 이겨내고 새 도약 앞둔 한국 조선업 전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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