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환경단체, 한화진 환경부장관 취임 이후 대립각 지속…'환경규제 완화'에 반발 
尹정부, 규제개혁 국정과제 중 '환경분야'부터 추진…"환경규제 품질 개선 위해" 
'환경규제 완화'에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사 사고 재발 우려 목소리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환경규제 혁신방안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환경규제 혁신방안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규제개혁이 환경 분야에서 최대 암초를 만난 모습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한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으나, 환경단체의 시각은 다르다. 특히, 지난 25일 환경부가 발표한 '환경규제 혁신안'에 대해서는 환경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한동안 갈등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환경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환경규제 혁신방안'은 스크리닝 제도 도입 의지가 담겼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해 환경영향평가 실시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사실상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환경부는 화학물질을 유·위해성에 따라 분류해 규제를 차등 적용하고,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열분해유를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제조에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도 순환자원으로 인정할 방침이다. 

한화진 장관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의 품질을 높이는 것으로 규제를 합리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사실상 환경규제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스크리닝 제도는 청탁이나 부당한 압력을 비롯해 제도를 악용한 편법이 늘어날 수 있는 데다, 개발사업으로 훼손된 환경에 대한 사후 조사도 기존 환경영향평가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26일 발표한 '경제 형벌규정 개선 추진계획 및 1차 개선과제'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27일 논평을 내고 "제도 개선은 합리성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이번 발표는 기업들의 편의가 우선"이라며 "이 정도면 '기업 공화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발표에서 환경분야는 화학물질관리법 57조, 환경범죄단속법 제3조 1항과 2항이 포함됐다"며 "화학사고로 인한 상해 사건에 대해서는 법정형을 하향시켰고, 오염물질 불법 배출로 위해가 발생하거나, 상수원을 오염시킨 경우에도 하한을 2년, 상한선을 5년가량 줄여줬다. 제주특별법 제477조, 제473조 제1항의 예비·음모법에 대한 형량을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제주특별법 477조와 제473조 제1항은 제주도의 자연보존 자원들을 불법 매매하거나 반출하려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만들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형벌규정 완화가 해당 법률의 입법취지 실현에 도움이 될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도 26일 논평에서 정부의 '환경규제 혁신안'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11주기를 앞두고 윤석열정부와 한화진 환경부의 규제완화 헛발질"이라며 "가습기살균제 참사 재발방지 안전조치들이 포함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기업들의 생활화학제품들에 대한 호흡독성안전시험이 없어 유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한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화학규제가 현장에서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안전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정부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이 끝났다'며 사회적참사특조위의 가습살균제 진상규명 기능을 없애버린 문재인정부 한정애 환경부 장관에 이은 윤석열 정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헛발질"이라고 비난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5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정부와 꾸준히 대립각을 세워오고 있다. "환경 규제가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 환경단체는 한화진 장관이 취임한지 2개월 만인 지난 7월 경제단체장들을 잇따라 만나 '핫라인' 구축을 약속하면서 환경규제 완화에 나섰을 때도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이 지난 6월30일 전경련을 방문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허 회장과 한 장관은 환경규제 개혁을 위한 협력체제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 전경련 제공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이 지난 6월30일 전경련을 방문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허 회장과 한 장관은 환경규제 개혁을 위한 협력체제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 전경련 제공

윤석열정부의 출범과 함께 환경규제 완화는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직접적인 규제 완화를 차치해도 대선 과정에서 전면에 배치했던 '탈원전 폐기' 공약으로 환경단체들과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진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다양한 규제개혁 분야 중 환경규제 혁신을 첫 번째 규제개혁 분야로 추진하면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화진 장관은 25일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환경규제가 빠르게 강화됐지만, 그만큼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환경규제의 품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EU(유럽연합)의 탄소 국경세 등 탄소중립, 또 지속가능성 지향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면서 환경이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선진국은 지금 유연한 환경규제로 기술혁신, 또 신(新)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민간혁신을 유도하는 규제로 혁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결국, 이 모든 것이 탄소중립 전환과 국민에게 더 나은 환경을 누리도록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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