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화그룹, 3세 김동관 부회장 취임…27년간 임원 금춘수 부회장과 호흡
정기선-권오갑, 이웅렬-이규호 등도 ‘투톱 경영’
전문경영인, 승계 징검다리 역할까지 맡아 해석도
김동관 부회장(왼쪽), 금춘수 부회장. 한화그룹 제공
김동관 부회장(왼쪽), 금춘수 부회장. 한화그룹 제공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경영권 승계 앞둔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 백전노장 전문경영인과 전도유망 오너가 인사를 묶어 ‘투톱 체제’를 꾸리고 있다.

오너가 쪽이 미래 겨냥 신사업을 주도하고, 전문경영인은 기업 내 전반적 현안을 챙기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은 최근 단행한 9개 핵심 계열사 인사를 통해 김승현 그룹 회장 장남인 1984년생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한화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 승계 작업에 가속도를 냈다.

김 부회장은 기존에 맡던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도 같이 담당해 그룹 내 3대 주력사업인 우주항공·방산, 에너지·소재, 금융 중 금융을 제외한 두 분야를 관할한다.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과 함께 호흡할 경영인으로 금춘수 ㈜한화 부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 맨 꼭대기에 있는 ㈜한화 내 부회장으로 둘이 이름을 올리기 때문이다.

1953년생인 금 부회장은 1978년 한화그룹에 입사, 1995년 42살에 이사보로 승진한 뒤 임원만 28년째 하고 있어 그룹 내 사정을 훤히 꿰뚫는 것은 물론 김승연 회장의 의중도 잘 파악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금 부회장은 김 부회장과 손발 맞춰 방산과 재생에너지 산업 호황으로 좋은 기회 맞은 한화그룹 업그레이드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처럼 승계 현안을 앞둔 현대중공업그룹과 코오롱그룹, 셀트리온에서도 비슷한 경영 시스템이 관찰된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선 총수인 정몽준 아산나눔재단의 장남 정기선(40)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와 권오갑(71)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이 사실상 ‘투톱’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3월 그룹 내 지주사인 HD현대, 그리고 조선계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에 동시 선임되면서 기존 권 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선 셈이 됐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자율운항 선박 사업을 주도하는 등 그룹을 제조업에서 기술업 위주로 재편하는 과정에 정 사장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그룹에서 45년째 재직하는 권 회장의 관록이 현대중공업그룹 순항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코오롱 역시 인적분할을 통해 내년 1월 코오롱모빌리티를 신설하면서 오너가 3세 이웅렬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규호(38) 부사장과 수입차 분야 전문경영인 전철원(59) 부사장을 각자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이 부사장의 비전과 전 부사장의 영업이 어우러질 전망이다.

설립자 서정진 명예회장이 2선으로 물러난 셀트리온그룹에선 장남 서진석(38) 수석부사장과 차남 서준석(35) 이사가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을 각각 맡아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61·부회장),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57·부회장) 등과 호흡하는 중이다.

일각에선 이런 ‘투톱 체제’를 승계 연착륙 위한 중간 과정으로도 본다.

기업의 승계는 크게 경영권 이양과 지분 물려주기로 나뉜다. 그런데 오너가 총수 입장에선 자식들의 경영 능력이 어느 정도 입증돼야 지분 증여 명분이 확고히 다져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 내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이 위기 관리는 물론 승계 가교 역할까지 맡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당 기업의 승계를 위한 긴 여정이 막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며 "승계가 매끄럽지 못하면 기업 위상이 달라지기도 하는 만큼 투톱의 시너지 여부가 중요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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