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은행권, 비대면 금융서비스 보편화 따라 디지털 혁신점포 확대
금융경제연구소, 혁신점포 확대와 금융소비자 간의 괴리 커
지역민 의견 수렴·혁신점포 관리체계 마련·금융소외 현상 해결해야
은행권이 코로나 19 확산 이후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일반 점포를 축소하고 혁신점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이 코로나 19 확산 이후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일반 점포를 축소하고 혁신점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고 혁신점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 혁신을 접목한 점포부터 편의점 무인점포, 영업시간 특화점포, 은행 공동점포, 우체국 업무 위탁까지 시대적 흐름에 맞춰 금융서비스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디지털 금융 및 혁신점포 확대와 달리 금융소비자와의 괴리 현상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크게 증가하면서 영업점 축소를 통한 효율적 경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점포수는 6094개로 2020년 말(6405개)에 비해 311개가 줄었다. 또한 연도별 점포수 감소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23개 △2019년 57개 △2020년 304개 △2021년 311개 등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포수 축소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특화점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고객을 위한 따뜻한 감성이 함께하는 미래 금융공간인 디지로그 브랜치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 셀프 체험공간과 컨시어지 데스크, 컨설팅 라운지 등으로 구분돼 있으며 상담 로봇이 이동하며 고객들의 상담을 돕고 있다. 

우리은행도 화상상담과 셀프(Self) 거래 등의 업무처리가 가능한 초소형 점포인 '디지털 EXPRESS점'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데스크, 스마트키오스크, 현금자동인출기(ATM) 등 디지털기기 3종으로 구성된 무인점포로, 지난 12월 폐쇄된 문산과 우이동, 구일지점에 각각 오픈됐다.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있는 편의점을 활용한 통합점포는 이제 익숙한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GS리테일(GS25), 하나은행은 BGF리테일(CU), 국민은행은 노브랜드(No Brand), 이마트24와 제휴를 맺고 편의점 혁신점포를 운영 중이다. 편의점 혁신점포는 화상 상담이 가능한 비대면 채널을 통해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발급 등 영업점 창구 80% 수준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편의점 점포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점포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평일(09~20시) 저녁과 토요일(09~17시)까지 금융상담 및 은행 업무가 가능한 ‘신한 이브닝플러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하는 ‘9To6 Bank’를 전국 72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는 비대면 거래 확대에도 자산관리, 대출상담 등 대면 채널에 대한 니즈가 높은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고객 접점을 확대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심산이다. 

아울러 시중은행은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공동점포 개설에도 적극적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4월에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은행권 최초로 공동점포를 개설했으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경북 영주와 경기 양주 고읍에 공동점포를 오픈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는 우체국과 손을 잡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 우정사업본부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우체국 업무위탁 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은행의 입·출금과 같은 업무위탁을 우체국을 통해 원활하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4대 은행 고객은 빠르면 올해 4분기부터 전국 2482개의 금융취급 우체국 지점에서 △입·출금(통장입금, 무통장입금, 통장지급) △조회업무(계좌잔액, 무통장 거래내역, 송금수수료, 자기앞수표발행 및 사고신고 내역 등) △자동화기기(ATM) 서비스(카드입금, 출금, 이체 및 계좌잔액 조회)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은행권이 영업점 통폐합 속에 시·공간을 초월한 점포 운영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지만,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 디지털 전환에 은행과 금융소비자 니즈의 괴리 역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경제연구소가 벌표한 혁신점포 운영 실태조사와 금융소비자 정성조사에 따르면 혁신점포 모두 디지털 기기 작동 미숙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았다. 간단한 은행업무에는 만족를 느꼈으나, 심도 있는 상담이나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충족하지 못했다. 또한 공동점포는 고객들이 제한적인 업무 범위를 수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하나·신한의 공동점포는 고령층 등,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소액 입출금, 제신고 등 단순 수신업무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경제연구소는 세 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우선 국내 은행지점 통폐합 과정에서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국 은행 폐쇄절차와 같이 지역민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회의 및 협의체 구성이 요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역 내 은행지점 폐쇄절차 상 지역 고객 서면요청 및 검토회의 소집과 같은 절차 마련을 통해 은행이 일방적으로 지역 내 은행 서비스를 중단되는 사태가 방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혁신점포 운영 관리체계에 대한 획일화된 기준 마련이다. 현재 디지털 혁신점포는 대부분 운영기준 및 체계가 없는 상태로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디지털 기술력 및 시험적인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이에 은행직원들과 금융소비자 모두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향후 혁신점포 형태가 은행지점의 대체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은행 간 획일화된 혁신점포 운영 방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혁신점포 확대에 있어 디지털 금융소외계층 소비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혁신점포에 대한 민원 및 애로사항은 대부분 기기사용 미숙에 따른 불편함이다. 특히,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고령층 금융소비자는 디지털 화상상담 등에 매우 불편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와 함께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은행권에서는 수익성 측면에서 고객 거래 빈도가 작은 지역을 바탕으로 영업점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만, 고객과 접점은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Z세대 위주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통 은행권의 주요 고객인 40대 이상 분들은 비대면 거래보다 영업점 방문을 통한 거래에 익숙하다"며 "디지털 취약계층 등 금융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의 접근성 향상과 편리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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