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한상의, 칩4 논의 '긍정' 36.6% '부정' 46.7%
"가드레일 부정 요인…기술 우위 美 협력 기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R&D·공급망 협력 등 기회
삼성·SK하이닉스 中 공장 운영 중…경제보복 우려
5일 전경련-美반도체협회 칩4 등 반도체협력 논의
권태신 "한미 적극 협력 글로벌 경쟁력 선점해야"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국내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대외현안으로 급부상한 '칩4' 예비회담이 9월 중순께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칩4 가입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칩4는 미국 주도로 한국과 일본, 대만 4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를 구성하자는 동맹이다.

5일 대한상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칩4 논의가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36.6%를 기록했다. 하지만 '부정적'이라고 답한 전문가 비중도 46.7%에 달했다.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이 50%, '부정적' 전망은 40%로 집계됐다.

정의영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와 과학법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가드레일 조항 때문에 중국 투자가 제한받는 등의 부정적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반도체 개발·설계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또한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단기적 위협요인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순으로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지난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금액은 약 768억달러(100조원)에 이른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생산 기지에서 반도체 소재 생산과 후공정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보복에 나설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을 우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산업은 엄청난 국제 분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칩4 대화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R&D·공급망 협력 등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한편 미중 경쟁 심화 및 중국 반발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교수는 "아직까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확연하고 중국의 필요가 크기 때문에 당장 반도체 수출이 타격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 △인력 양성 △R&D 지원 확대 △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확대 △반도체 소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등을 차례로 꼽았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왼쪽)이 5일 전경련을 방문한 지미 굿리치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왼쪽)이 5일 전경련을 방문한 지미 굿리치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도 5일 전경련회관에서 미국 반도체협회(SIA) 지미 굿리치 글로벌정책 담당 부회장과 만나 칩4 동맹을 비롯한 한미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

권 부회장은 이날 "한국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동맹국인 미국 사이에 쉽지 않은 입장"이라며 "하지만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에서 한미 양국이 적극 협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칩4 가입 여부를 발표하진 않았다. 다만 지난달 초 미국에 칩4 예비회담에 참석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이에 중국 정부 압박이 거세지자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예비회담 참석이 국익에 따른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중 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최정화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