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선사, 통화선도계약으로 환율 급등 수혜 제한적
"그래도 환헤지 전부할 수 없어 환율 오르는 게 낫다"
남미, 러시아산 원유 장거리 수입 움직임 주목
VLCC 수요 증가로 연결될지 지켜봐야
초대형 원유운반선. 현대중공업 제공
초대형 원유운반선. 현대중공업 제공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환율과 에너지 변수가 조선업계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년 전 1160원 수준이던 미국 달러당 환율이 최근 들어 1360원까지 17%가량 올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수출 비중 큰 조선사들이 환율 급등 수혜를 보는 것 아니냐고 평가한다.

에너지 대란도 조선사들의 영업이익을 키우는 촉매로 분석된다. 최근 외신은 에콰도르 등 경제난에 직면한 남미 국가들이 국제 시세보다 싼 러시아 원유 수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유럽은 러시아가 가스관을 닫자 미국이나 중동에서 가스를 배로 실어나를 태세다. 배의 수요가 늘어나고 항로도 길어졌다는 얘기다.

실제 조선사에서도 환율과 에너지 변수가 실적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다. 다만 환헤지 상품을 가입한 상태라 이익의 크기가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3사는 모두 통화선도계약(풋옵션)을 맺어 환율 변수에 대처하는 중이다.

3사 대부분 미국 달러당 약 1150∼1200원이 기준이다. 달러가 1150원 밑으로 떨어지면 풋옵션을 통해 손실을 보전받고, 그 위로 오르면 통화선도부채가 늘어나 사실상 이익이 감소하는 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말 장단기 통화선도부채가 2602억원이었으나 지난 6월 말 기준 7963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한다고 해서 이익이 갑자기 커질 수는 없다. 환율이 내려갈 때도 손실 보전을 받는다"며 "하지만 선도계약이라는 게 미래의 특정시점 환율을 정해놓는 것 아닌가. 지금 당장 돈을 주고받는 계약과는 상관이 없어 환헤지도 한계가 있다. 조선사 입장에선 그래도 환율 오르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자재 대부분이 국산화를 이뤄서 원화로 매입하게 되는 반면 배를 사는 곳은 거의 해외 선사여서 외화로 매출을 올린다. 환율 상승이 통상 조선사에 긍정적인 셈"이라며 "그러나 달러 강세가 장기화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물동량이 줄어 선박 발주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게 변수"라고 말했다.

에너지 탈세계화는 당장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조선업 가치를 끌어올릴 요소로 간주된다.

재생에너지 공급망 확보에 10∼20년이 걸릴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그 사이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석유나 가스 수요가 꾸준할 수밖에 없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콰도르 석유회사가 기름제품 부족을 겪고 있는데 에콰도르엔 러시아 제품 구매 제한이 없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라 항로가 길어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런 긴 항로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활용되는데, 해운사가 어떻게 판단할지가 중요하다"며 이런 현상이 VLCC 수요 견인으로 연결될지 좀 더 지켜보겠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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