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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 분석’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총수일가는 3%대의 적은 지분만으로 기업 전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76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66개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9.9%입니다. 내부지분율은 계열사 전체 자본금 가운데 동일인(총수)과 친족, 임원, 계열사, 비영리법인 등 동일인 관련자가 보유한 주식가액(자기주식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합니다. 내부지분율 중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이 3.7%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룹 계열회사가 보유한 53.3%의 지분과 기타(임원·비영리법인·자사주) 지분율 2.9%는 배제한 분석입니다.

공정위 표현대로라면 총수일가가 기업집단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각 계열사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정상적인 것일까요.

우리나라는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순수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됐습니다.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에서는 지주회사를 ‘지배회사 또는 모회사라고도 하며 산하에 있는 종속회사, 즉 자회사의 주식을 전부 또는 일부 지배가 가능한 한도까지 매수함으로써 기업합병에 의하지 않고 지배하는 회사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지주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것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에는 LG그룹이 2003년 ㈜LG라는 지주회사를 만든 이후 현재는 SK, 한화, GS, CJ 등 많은 그룹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지주회사 체제로 입장이 바뀐 것은 지주회사 체제가 기존 순환출자나 다단계 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한 지배구조 형태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주회사가 그룹집단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제도하에서 총수일가가 굳이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공정위는 국내 2대 기업집단인 SK 총수일가가 0.5%의 지분율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곳으로 꼽았습니다. 두나무, 현대중공업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지분율입니다.

하지만 지주회사제체로 본다면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지주회사인 SK㈜ 지분 18%가량 외에는 사실상 독립경영을 하고 있는 중간지주회사 SK디스커버리 지분 0.3%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가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최 회장은 지주회사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SK디스커버리 또한 최 회장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40%가량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표현대로라면 최태원 회장은 기업집단 전체로는 적은 지분인 지주회사 지분만 갖고, 지주회사가 계열사에 출자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나쁜’ 총수입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갖고 지배하면 되기 때문에 총수일가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지분만 보유하면 됩니다. 그리고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기업집단 대부분은 총수일가가 지주회사 지분을 중점적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가 기업집단을 지배하기 때문에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필요가 없진 않을까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부채비율 20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지주회사가 돈을 빌려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지주회사는 자회사에 대해 일정비율 이상의 지분만 보유하면 됩니다. 자회사들은 대부분 상장돼 일반인들도 주주로 참여합니다.

지주회사체제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대부분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회사는 비상장이며, 여타 투자자들은 자회사가 아닌 지주회사에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미국 기업 총수도 당연히 상장된 지주회사 지분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회사가 몇 개여도 말입니다. 그럼 미국에서도 기업집단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한다고 문제 삼을까요. 

공정위가 발표한는 총수일가의 3.7% 지분율에는 지주회사의 100% 소유 자회사오 포함돼 있습니다. 지주회사가 모든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해도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다고 문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시사경제사전 지주회사 설명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지주회사는 기업집단 내 구조조정, 자회사별 책임경영을 촉진하여 경영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으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공정위입니다. 법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법에 따라 지분을 취득해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가에게 공정위가 딴지를 걸고 있다는 생각은 저만 하고 있는 것일까요.

시대가 지나면서 기준도 변경되기 마련입니다. 과거 오너 총수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 책임경영을 하는 것이라며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표와 이사회 의장 겸직은 경영진 견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잘못된 일이 발생하지 않게 철저한 감시는 필수적이지만 기업을 옥죄는 것 같은, 법으로 정한 것마저도 잘못됐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김성욱 산업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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