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 글로벌 경쟁력 하락 우려되고 있어
최근 해외시장 분위기 반전...정부도 적극 지원 약속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건설사들은 이맘때쯤 넉넉한 해외수주고를 보며 기분 좋게 추석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메가 프로젝트라 불리는 10억달러 이상 초대형 계약이 상당했다. 하지만 최근엔 해외건설 자체가 고전 중인데다 대형계약도 크게 줄면서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그림의 떡이 됐다.
해외건설 실적은 2010년 716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해서 줄고 있다. 특히 2015년 461억달러 이후 한번도 수주액이 400억달러를 넘은 적이 없다. 올해 수주액은 8일 현재 180억달러로 3년 연속 300억달러 달성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올해는 무엇보다 건설업계에서 초대형공사로 분류하는 10억달러 계약은 8일 현재 단 2건(계약일 기준)에 그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반도체 공장 신축공사(19억달러), 삼성엔지니어링의 러시아 발틱화학 플랜트(11억달러)가 전부다.
지난해엔 총 10건의 메가 프로젝트 중 추석 직전까지 절반인 5건(67억달러)을 따냈다. 지난 10년 동안 해외건설 성적이 가장 나빴던 2010년에도 5건 모두 추석 전 계약을 마쳤다.
건설업계에선 해외건설 전체 실적은 물론 10억달러 이상 계약 감소에 대해 국내 건설사 글로벌 경쟁력이 퇴보하고 있는 것 아니나며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최근 대형 해외 발주가 한동안 잠잠하긴 했지만 건설사들의 적극성 부족도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같은 큰 손들은 전부터 오랫동안 관계를 다지는 등 기반을 다져놔야 초대형계약이 가능하다"며 "그런데 2010년대 초반 해외 플랜트에서 대규모 적자 발생 후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시장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보니 당장 수주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요 몇 년간 국내 주택건설 호황으로 해외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탓도 있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고유가 영향으로 중동에서의 대형 플랜트 발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플랜트와 원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건설사들도 국내 건설시장 침체를 우려하며 다시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정부도 해외건설 수주 확대를 위해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주액을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연간 5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해외 발주처 등을 초청한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에서 "경제를 되살리려는 노력에 해외건설이 빠질 수 없다”며 “한국기업과 정부는 민관협력 팀코리아로 한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에 대해 상당히 긍적적인 반응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해외시장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로 꼽히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인도네시아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하며 "이런 사업은 건설사만으론 공사를 따내기 어렵다. GtoG를 비롯한 국가 역량도 동원해야 하고 정책적인 금융 지원 등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 있어 정부의 해외건설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10억달러라는 상징성에 너무 목을 멜 필요도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억달러 이상이 공사라고 해도 규모에 비해 건설사가 얻는 이익은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는 적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공사 실적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건설사 경쟁력이 강화돼 결국 탄탄한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동영 기자 westeast0@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