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러-우 전쟁 장기화·천연가스 대란 현실화 등 영향 '물가오름세' 지속될듯 
4분기 전기·가스요금 동시 인상 불가피…서민 '허리띠' 조이는 외식물가 
집중호우에 태풍까지…농축수산물 피해 커져 정부 '물가 대책' 마련 분주 
올해 최악의 가뭄으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까지 겹치며 추석을 앞두고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은 7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 연합뉴스
올해 최악의 가뭄으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까지 겹치며 추석을 앞두고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은 7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고(高)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석 이후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고물가의 마지막 고비로 '추석 수요 증가'를 예측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태풍 '힌남노'와 집중호우 피해 등 대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추석이 지나도 당분간 물가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설상가상 올겨울은 러시아발(發) 전 세계 가스 대란이 현실화될 조짐까지 보이면서 천연가스 가격도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적자가 더욱 심해진 한국전력(한전)의 상황을 고려하면 4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8.8%를 기록했다. 1992년10월(8.8%)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다.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동월대비 공업제품·서비스·농축수산물·전기·가스·수도 모두 상승했다. 

7일 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8월 서울 기준 김밥의 평균 가격은 3946원으로, 전달(2969원)보다 2.59% 올랐다. 햄·단무지 등 깁밥을 만드는 재료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 외, 삼겹살과 김치찌개·냉면·삼계탕·칼국수 가격도 모두 상승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 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있어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리지 않는다. 

고물가에 힘겨운 식품업계도 추석 이후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농심은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할 계획이다. 대상은 조미료 미원 가격을 12.5% 인상하기로 했고, 하림과 사조는 편의점용 닭가슴살 가격을 각각 8.7%, 12% 올린다. 그 외, 팔도·동원F&B·매일유업 등도 내달부터 일부 제품군의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집중호우에 이어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농축수산물 피해도 더 커졌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상황반 등을 중심으로 농축수산물 피해를 집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태풍이 물가에 미칠 영향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27.9% 급등하면서 2020년9월(31.8%) 이후 1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추석 3주 전부터 추석 성수품 가격 안정을 위해 20개 품목에 대한 추가 공급 대책을 추진했다. 정부 비축·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을 활용해 평시 대비 공급 물량을 1.4배 늘렸으며, 총공급 계획 물량은 23만4000t(톤)에 달한다. 

고물가로 서민경제가 고통받는 가운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동시 인상될 전망이다. 

우선, 전기요금은 기준연료비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 초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대두되자, 정부는 올해 4월과 10월, 각각 kWh(킬로와트시)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가스 도매가격이 오르면서 전력 도매가격도 이달 2일 kWh(킬로와트시)당 245.42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도시가스 요금 인상 폭도 당초 정부 계획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9월분 가스 도매가격(열량단가)은 Gcal(기가칼로리)당 14만4634원으로 지난달보다 13.8% 상승했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2.4배 수준이며, 2020년9월과 비교하면 4.3배에 달한다. 

이와 관련, 올겨울 천연가스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원유에 대한 대체수요로 유가상승압력이 증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4일 추석 물가 및 수해현장 재난지원금 지급상황 점검을 위해 방문한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에서 참외를 구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4일 추석 물가 및 수해현장 재난지원금 지급상황 점검을 위해 방문한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에서 참외를 구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내달 중으로 물가가 하향 안정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회에서 향후 물가 전망을 묻자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경에는 물가가 하향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물론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돌발요인으로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9월, 10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오름세가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7일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질 경우, 물가-임금 상호작용 강화 등을 통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7일 'BOK이슈노트'에 실린 '고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주요 물가 리스크를 점검해 본 결과, 원자재가격 반등 가능성과 수요측 물가 압력 지속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강현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5~6%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4%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안정을 위한 정책대응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용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