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中 의존도 높아…견제 목적
행정명령 신중론…구체적 내용 봐야
지난 5월 방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5월 방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미국 정부가 제약바이오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자국 내 연구와 제조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우리나라 산업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현지에서는 관련 분야 생산시설의 해외이전,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위기감에 따른 조처로 해석한다.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명된 행정명령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에서 발명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강력한 공급망 구축, 물가 완화 등을 기대한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백악관은 “글로벌 산업은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혁명의 전환점”이라며 “미국은 해외의 원재료와 바이오 생산에 지나치게 의존해왔고, 생명공학 등 주요 산업의 과거 오프 쇼어링(생산시설 해외이전)은 우리가 중요한 화학 및 제약 성분 같은 재료에 대한 접근성을 위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산업과 탄탄한 연구 기업을 감안할 때 바이오 경제는 우리 강점이자 엄청난 기회”라며 “생명공학과 바이오 생산 잠재력을 활용함으로써 의약품에서 식품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생물학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미국의 혁신을 경제적·사회적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해외의 취약한 공급망을 미 전역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국내 공급망으로 대체하는 바이오 제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과 관련해 미국 현지에서는 중국에 대한 견제가 주요 목적이라고 해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바이오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과거 생명공학 분야의 해외생산을 허용해왔지만, 중국의 첨단 바이오 제조 기반 시설에 대한 의존도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미국의 이같은 행보가 한국 바이오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미국 업체와 위탁개발생산(CDMO)을 체결 또는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바오로직스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반면 미국 바이오 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게 된다면 현지 투자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셀트리온, SK바이오팜, 한미약품, 롯데바이오직스 및 롯데헬스케어 등은 미국 현지에 R&D(연구개발)센터, 생산시설, 제품판매, 지분투자가 이뤄진 상태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인 국내사가 많다”며 “인건비나 세제 등 현지 사업에 긍정적이 지원 내용이 포함된다면 충분히 투자 여부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국 내 생산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생산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중히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백악관은 오는 14일 관련 회의를 열어 이날 서명된 행정명령을 구체화할 광범위한 신규 투자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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