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의 홈런에 열광하는 관중들. /UPI 연합뉴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의 홈런에 열광하는 관중들. /UPI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 경기에선 진풍경이 펼쳐진다.

양키스의 거포 애런 저지(30)가 타석에 들어서거나 홈런을 칠 때면, 팬들이 '일동 기립(All Rise)’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치켜든다. 저지의 성인 저지(Judge)가 '판사', '재판장'을 뜻하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양키스 구단은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 우측 외야에 저지의 전용 응원석인 ‘저지스 체임버(Judge’s Chambersㆍ저지의 법정)’를 설치했다. 이 자리에 입장한 팬들은 양키스 팀 컬러인 감색 법복을 입고 근엄한 표정으로 응원 도구인 법봉을 흔들면서 응원한다. 

올 시즌 MLB에는 '저지 열풍'이 불고 있다. MLB 팬들은 '역대급 페이스'로 홈런을 집행하는 '그라운드의 판사' 저지에게 열광한다.

그는 1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9회 말 시즌 6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팀이 4-8로 뒤진 9회 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저지는 피츠버그 마무리 투수 윌 크로우(28)의 싱킹 패스트볼(싱커)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작렬했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운데). /AP 연합뉴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운데). /AP 연합뉴스

MLB에서 한 시즌에 60개 이상의 홈런을 친 타자는 저지가 역대 6번째다. 앞서 베이브 루스(1927년·60개), 로저 매리스(1961년·61개), 새미 소사(1998년 66개·1999년 63개·2001년 64개), 마크 맥과이어(1998년 70개·1999년 65개), 배리 본즈(2001년 73개) 등 5명 만이 한 시즌 60개 이상의 홈런을 쳤다. 이들 중 본즈와 맥과이어, 소사는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저지는 도핑 검사가 엄격해진 2005년 이후 처음으로 60홈런을 달성한 '청정 거포'여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저지가 미국 야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건 단순히 기량이 뛰어나서만이 아니다. 그는 슈퍼스타의 필수 자질인 '훌륭한 인성'도 갖췄다. 흑백 혼혈인 저지는 1992년 4월 26일에 태어나 하루 만에 백인 교사 부부에게 입양됐다. 입양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좋은 인성 교육을 받았다. 저지는 2016년 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엄마는 바른길과 잘못된 길을 구분하고, 타인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예우해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부모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오늘날 양키스의 선수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MLB 최정상급 타자가 된 지금도 겸손한 자세를 보인다. 그는 60홈런 고지를 밟은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는 루스, 매리스 등 전설적인 선수들과 함께 언급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들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라며 자신을 낮췄다. 2014년 양키스 마이너리그 육성 코치를 지낸 트레이 힐만(59) 전 KBO리그 SK 와이번스(SSG 전신) 감독은 "저지는 긍정적인 사고와 겸손한 자세를 지닌 선수였다. 이 정도로 성장할만한 신체적, 정신적 자질을 갖춘 대단한 유망주였다”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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