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달러환율, 13년 6개월 만에 1420원 돌파
美 연준 매파적 기조 유지 천명
물사상승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 장기화는 물론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KB국민은행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 장기화는 물론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KB국민은행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의 장기화는 물론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환율은 13년 6개월여 만에 1420원을 돌파했으며 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상향 조정됐다. 아울러 연준의 연이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염두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물가·금리·환율의 새로운 균형점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변동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문제가 세계경제·국제 금융시장의 여건을 전방위적으로 위축시키면서 실물과 금융의 복합위기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그리고 중국의 경기 둔화까지 이어지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율, 주요국 금리 및 미 달러화 가치는 올해 내내 강한 상승압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오전 9시 개장과 동시에 1421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장 중 142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융권에서는 1500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달러·원은 파운드화 급락이 초래한 강달러 재개, 역내외 롱심리 쏠림 지속에 1420원 돌파 및 안착 시도가 예상된다"며 "주요국 통화가치가 추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외 변수에 취약한 달러·원 롱심리 과열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분기말임에도 실상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가 수입업체를 비롯한 실수요 저가매수로 이어지고 있으며 역외 투기성 배팅도 한층 더 견고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현 시점에서 저항선은 다음 빅피겨인 1500원뿐이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 추가 상승 및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 달러화는 추후 연준의 통화긴축이 완화되더라도 경기침체 환경에서도 강세를 지속할 수 있는 안전통화로서의 지위를 갖추고 있어 큰 폭의 약세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역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26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당기간 5~6%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최근 국내 물가 상황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4.5%에서 5.2%로 상향 전망한 바 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9일 '2022년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4.8%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물가 상황과 관련해 "10월을 정점으로 내려가는 속도는 완만하고, 높은 수준 물가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미 연준은 지난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며 4연속 지아언트스텝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기존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기조를 벗어나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 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 발표 직후 “지난 수 개월간 드린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는 전제 조건이 있었는데, 그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미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오늘 새벽 파월 의장이 얘기했듯이 4% 수준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진 것이다”며 “당초 4%대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3고 현상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 한 경기침체 우려와 매파적 정책 대응에 의한 시장의 자산가격 반등 기대가 저지되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다"면서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물가·금리·환율의 새로운 균형점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민간의 금융방어력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한은이 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을 추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며, “한미간의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환율 상승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원자재 수급 애로를 해소하는 등 무역수지 관리 중심의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속적이고 복합적인 대외 충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점검·보완되어야 할 것"이라며 "최근 경기 하강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할 때 ‘물가 안정’과 더불어 ‘경기 경착륙 방어’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 금감원 등 경제팀은 긴밀한 공조 하에 넓고 긴 시계를 견지하며 현 상황에 대응해가겠다"며 "우리뿐 아니라 주요국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진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금융·외환시장 및 실물경제에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위기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핵심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과거 경제·금융위기 시의 정책 대응 경험을 토대로 가능한 정책 수단들을 신속히 가동할 수 있도록 종합·체계화했고, 필요하면 분야별·단계별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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