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감독./
김홍선 감독./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늑대사냥’(9월 21일 개봉)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작품이다. 기존의 영화 틀을 벗어난 파격적인 전개가 돋보인다. 범죄물, 크리처물, SF 액션까지 세 가지 장르가 복합된 작품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메가폰을 잡은 김홍선 감독은 ‘늑대사냥’이 관객들의 끝없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경계를 넘어선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지난 21일 개봉한 이 영화는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토론토 영화제를 비롯해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김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 리들리 스콧을 비롯해 박찬욱 봉준호 이병헌 등이 속한 할리우드 대형 에이전시 WME(William Morris Endeavor)와 계약하기도 했다.

‘늑대사냥’은 처음부터 끝까지 핏빛으로 물들인 영화다. 관객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이 침체해 OTT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관객이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게 됐다”라며 “반폐업 상태였던 극장에 관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와 수위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늑대사냥' 스틸./
'늑대사냥' 스틸./

영화는 범죄물에서 시작해 크리처물로 흐름이 바뀐다. 필리핀에서 잡아들인 범죄인들을 호송하는 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과정에서 여러 장르가 섞였다. 기존의 범죄물과는 전혀 결을 달리한다. 

“크리처물로 갈 것이냐, 범죄물로 갈 것이냐 했을 때 알파가 징용당한 일제시대 때 부산물을 처음부터 드러내면 ‘국뽕’ 영화라는 평을 들을 것 같아 숨겼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약간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파격 변신한 서인국(박종도 역)의 빠른 퇴장을 아쉬워하는 관객들도 있다. 김 감독은 “외국에서는 서인국이 신스틸러라고 생각했다”라며 “우리나라는 (서인국을) 1번 주인공이라고 본 것 같다. 장르가 바뀌는 영화였기 때문에 종두 캐릭터가 길게 가면 오히려 매력이 떨어질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서인국을 종두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종두 캐릭터 자체가 섹시하거나 매력 있어야 하는데 서인국이 약간 고양이상이라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며 “시나리오를 보고 좋다고 해서 만났는데 내가 생각한 종두보다 매력적인, 섹시한 느낌이 강했다”라고 했다. 

김홍선 감독./
김홍선 감독./

최귀화는 영화의 중반부터 극을 이끄는 알파 역을 맡아 충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였다. 알파 캐릭터라는 특수한 외형을 보여주고자 고군분투했다. 

“최귀화가 시나리오를 보고 알파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열심히 연기해줬다. 매번 특수분장을 하고 연기해 굉장히 고생이 많았다. 매 촬영 전 다섯 시간 동안이나 분장을 받았다.”

김홍선 감독은 ‘늑대사냥’으로 폭력의 대물림을 막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다소 잔혹한 연출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폭력이 대물림돼서는 안 된다는 걸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폭력을 쓰지 말자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가해자였던 종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였던 알파는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현실감있게 그리고자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는 상황을 보여주는 게 뼈대다.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피의 양, 액션 자세 등을 다 체크했다.”

'늑대사냥' 포스터./
'늑대사냥' 포스터./

‘늑대사냥’은 당초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영화다. 종두를 비롯해 도일(장동윤), 알파, 표 이사(임주환) 등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과 ‘늑대사냥’ 이후를 그린 시퀄이 준비됐다.

“과거 일본군이 생체실험으로 만든 포스트 휴먼이 현재까지 살아있다면 그리고 그 포스트 휴먼이 모종의 이유로 한국에 옮겨지는데 갑자기 깨어나게 된다면, 에이리언 같은 크리처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걸 설정하고 종두와 도일이, 알파, 표 이사 등 각 캐릭터들의 관계를 쌓았다. 각 캐릭터의 전사를 엮어서 프리퀄을 만들고, '늑대사냥'을 썼고, 시퀄은 표 이사(임주환)를 중심으로 한 제5열 같은 집단과 도일의 이야기로 구상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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