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성장 속도는 세계 톱, 주주역할은 아직 의문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상장기업의 임원보수 공시가 2013년 시작되며 해가 갈수록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과도한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의 견제 권한 강화에 대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민간 기업의 보수를 사회적 여론에 따라 가늠해야 한다는 점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이나 성과에 미미한 역할을 한 미등기 임원들의 고액 보수에 대해서는 문제가 안될 수 없다. 이는 기업의 가치와 주주이익을 제고해야 하는 기업이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기업의 임원 보수에 대한 공시는 지난 2013년 5억원 이상 고액 보수를 받는 등기이사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이후 2018년부터는 미등기 임원을 포함한 상위 5명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기업에서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임직원은 총 885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781명보다 13%가 늘어난 것이다. 또한 이들의 보수 총액은 1조 22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 1660억원과 비교하면 5.2%가 증가한 것이다. 

이를 개인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은 조수용 카카오 전 공동대표이사다. 그의 보스는 361억 47000만원이며 이에는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337억 5000만원이 포함된 것이다.

보수 총액 2위는 여민수 카카오 전 공동대표다. 이 금액에는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332억 1700만원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받은 보수의 중위값은 1년 전에 비해 26.6%가 증가한 11억 9000만원에 이른다. 최고경영자가 아니라도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으로 계산하면 17억 3000만원으로 7.7%가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대표 기업들이라 할 수 있는 S&P500 기업의 최고경영자 보수의 중위값은 2021년 1470만달러였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200억원이 넘는 액수로 국내 기업의 임원 보수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임원 보수 공시가 시작된 2013년부터 누적 증가율을 계산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 유수의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보수 중위값이 60.7% 오르는 동안 국내 상장기업들의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은 137.3%, 113.1%가 올랐다.

한편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원의 보수는 일반 직원에 비해 중위수 기준 코스피200 기업들의 경우, 19.2배 가량이며 S&P500 기업들은 324배에 달한다.

미국 기업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상장기업은 최고경영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임원들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기업에선 최고경영자가 기업의 경영을 총괄하는 책임을 갖기에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다.

국내 상장기업 중 최고경영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임원들은 대부분 지배주주인 미등기 임원이다. 일시적인 퇴직금의 영향이라든지 운용성과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는 금융업, 핵심 엔지니어의 역할이 강조되는 혁신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그렇다.

결국 고액의 보수를 받는 지배주주 미등기 임원들은 기업의 영업이익이 하락한다든지, 적자 상태라 해도 거액의 보수를 받는다. 또한 이들 중에는 여러 개의 상장 계열사로부터 동시에 보수를 받는 이들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 사이 381명의 임원이 2개에서 많게는 5개에 이르기까지 상장기업으로부터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상장기업은 지배주주 미등기 임원이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고액의 보수를 받는 사례가 흔하다는 의미다. 기업 지배구조 관점에서 임원 보수에 대한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절대적인 액수로 보면 우리나라 기업보다 훨씬 거액인 미국 기업들의 최고경영자 보수 결정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최대 시총 기업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애플은 지난 3월 정기주총를 통해 최고경영자인 팀 쿡의 9870만달러 수준의 보수에 대해 주주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이는 애플사 직원들의 보수에 비해 1447배나 많은 액수다.

여타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애플 역시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핵심 임원의 보수에 대해 매년 주총에서 주주승인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약 1조 3000만달러 규모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의 보수가 과대하기 때문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이기도 한 ESG 측면에서도 이는 투자 원칙에 어긋난 사례라는 것이다.

결과를 놓고 보자면 최고경영자의 보수 결정은 찬성 64.4%로 가결됐다. 그러나 2021년의 투표에서는 찬성률이 95%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의 향배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승인투표는 주요 선진국 10여 곳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룰을 도입한 국가에선 임원 보수의 증가율이 하락하고 기업 실적과 연관성이 커지는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안정적 성장과 주주가치의 제고를 위해서 우리도 고려해 볼만한 부분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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