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RE100 기업들, '에너지 전환' 비용 부담·인프라 미흡 애로사항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올해 에너지정책 세미나 건의 내용 정부에 전달 계획 
정부는 시각차…"재생에너지 발전량 충분…2030년 상위 30개 기업 사용량 감당"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새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신(新)에너지정책을 발표한 이후, 기업들은 'RE100' 참여와 에너지 전환과 관련, 비용 부담과 인프라 미흡을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격월로 개최한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건의한 내용들을 정리해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이 사용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지만 "지난 정부에서 설정된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목표를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업계·전문가들과는 다소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11일 제4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재계의 탄소중립 확산을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을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올해 4월부터 격월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최 회장은 그간 4차례 세미나에 모두 참석하고 있다. 재계는 그만큼 최 회장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관한 재계의 고충을 정부에 전달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 회장은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미국에서 이미 발효된 인플레 감축법이나 EU(유럽연합)의 탄소감축법 개정 등 주요국이 발표한 에너지 전환 촉진 정책을 보면 글로벌 기후 대응을 자국의 신성장동력 정책으로 확장, 기후 대응 프레임까지 만들고 있다"며 "우리 사회도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과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의 발전과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정책·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친환경 혁신 수준에 비해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한 상황을 언급하고 "혁신 비용은 과학자나 기업이 부담하지만, 혁신에 따른 경제적·환경적 혜택은 사회 전체가 나눠 갖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이런 이유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정부가 신에너지정책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계획을 발표하고 원자력에너지 활용 방안에 공을 들이면서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안 초안까지 원자력 기술연구개발 사업을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과 계속운전을 전환부문에 포함하자, 원전에 녹색투자를 집중하고 신재생에너지의 역할까지 맡기는 모양새로 비췄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기업의 RE100 달성을 돕기 위해서는 태양광·해상풍력을 집중 육성해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RE100 2021'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외 RE100 가입 기업 53개사 중 27개사가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 초 '에너지전환 정책의 성과 및 향후 추진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고용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국내 산업연관관계를 유지·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의 가치사슬에서 제조업 등 국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한국전력의 적자 원인인 화석연료 가격 급등을 재생에너지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이 최근 한전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발전 비용이 80%가량을 차지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했으나, 전기요금은 이를 반영하지 못해 한전의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이원영 의원실은 우리나라의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 예상량인 44TWh(테라와트시)가 약 4조원의 가스 수입 대체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산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국내에서 발전되는 재생에너지 44TWh는 가스 발전 약 4조원을 대체할 수 있으므로 재생에너지 확대로 화석연료를 대체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독일보다 일조량이 30% 높고, 태양광은 기술적 잠재량이 973GW(기가와트),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이 각각 352GW, 387GW다. 햇빛과 바람자원이 매우 풍부한 국산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여론과 다소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총 전력 사용량의 1.7배로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2030년에는 국내 전력 다소비 상위 30개 기업의 전체 전력사용량도 모두 감당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정부가 재생에너지 대세에 홀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정부는 에너지 안보·탄소중립 실현 등 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에너지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기업의 RE100 이행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지만, 이 과정에서 지난 정부에서 설정된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목표를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며 이행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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