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과징금 26억5000만원 철퇴
알보젠, 제네릭 개발 ‘실패’…망신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자사 항암제보다 가격이 저려한 복제약이 국내에 출시되지 않도록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 알보젠과 부당한 합의를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보젠 측이 아스트라제네카 측으로부터 졸라덱스, 아리미덱스, 카소덱스 등 전립선암과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3개 항암제의 국내 독점 유통권을 받는 대가로 제네릭(특허 만료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공정거래법상 생산·출고 제한 금지 조항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6억5000만원(잠정)을 부과했다.

세부적인 제재 대상은 알보젠 본사와 알보젠 지역본부, 알보젠코리아, 아스트라제네카 본사,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등 5개사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에는 11억4600만원, 알보젠 측에는 14억99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16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알보젠이 졸라덱스 등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갖는 대신 이 기간에는 제네릭을 생산·출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알보젠은 2016년 9월 계약 당시 졸라덱스의 제네릭을 개발 중이었고, 내부적으로 2019년 3분기에 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출시를 미루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부당한 합의는 의약품 가격과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제안으로 성사됐다는 게 공정위 측 판단이다.

알보젠도 복제약을 출시해 경쟁하는 것보다 담합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아스트라제네카와 손을 잡은 셈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의약품의 경우, 퍼스트 제네릭(첫 번째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의 약가는 기존의 70%로, 제네릭은 오리지널의 59.5%로 약가가 책정된다. 추가 제네릭이 나오면 둘 다 기오리지널의 53.55% 수준으로 낮아진다.

담합 대상 3개 항암제는 모두 급여 대상이었고, 졸라덱스는 국내에 출시된 제네릭이 없었다.

만약 알보젠이 졸라덱스 제네릭을 출시했을 경우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동일한 효능의 약을 오리지널 대비 40%까지 줄일 수 있었다.

졸라덱스 엘에이데포주사 가격은 2017년 기준 1회당 57만원, 졸라덱스 데포주사는 21만원에 달했다. 카소덱스는 4200원, 아리미덱스는 2800원 수준이었다.

항암제의 경우 대체로 건보공단이 약가의 약 95%를 소비자가 약 5%를 부담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의 담합은 2018년 1월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면서 종료됐다. 또한 알보젠은 합의와 무관하게 제네릭 개발은 최종적으로 실패, 현재까지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양측의 담합 관련 매출액을 약 800억원(잠정)으로 보고 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합의도 위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전립선암, 유방암 등 항암제 관련 의약품 시장에서의 담합을 시정해 환자들의 약값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의약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만 “복제약의 생산·출시를 제한했을 뿐 개발은 계속 허용한 점, 궁극적으로 알보젠 측이 의약품 출시에 실패해 경쟁제한 효과가 작았던 점, 합의를 조기에 종료하고 조사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기로 (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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