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지휘봉... 18일 취임식
12일 감독직 제안... 13일 결정
"포근하면서도 때로는 냉철한 감독 됐으면"
이승엽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이승엽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두산 베어스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야구에서 변화구의 구종이 다양한 것처럼 감독으로서 다양한 패를 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현역 시절 한국 야구 최고의 스타로 사랑받았던 이승엽(46)이 KBO리그로 돌아온다. 이제는 ‘국민타자’ 가 아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단다. 두산 베어스는 14일 이승엽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두산 구단은 “이승엽 신임 감독의 이름값이 아닌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조화로 두산 베어스의 또 다른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날 계약금 3억 원 연봉 5억 원 등 총액 18억 원에 3년 계약을 맺었다. 18일 취임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한 뒤 감독으로 첫발을 내디딜 예정이다.

이승엽 감독은 한국 야구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자타공인 최고의 선수였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라는 별명만 보더라도 걸어온 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KBO리그가 선정한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 톱4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이승엽 감독을 떠올린다면 ‘홈런’을 빼놓을 수 없다. KBO리그에서만 467홈런을 쳤고, 일본프로야구 시절을 포함해 한일 통산 626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후 지난 2017년 KBO리그 첫 은퇴 투어로 커리어를 마감했다.

새 출발을 알린 이승엽 감독은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12일 감독직 제안을 받았다. 13일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전 경기 중계가 끝난 뒤에 결정했다”라며 “감회가 새롭다. 그러면서도 마냥 즐겁진 않다. 이제는 감독이라는 직책이기 때문에 우선 책임감이 앞선다. 한국 야구를 위해서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감독으로서 한국 야구를 위해 힘 쓸 때가 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승엽 감독은 사령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연합뉴스
이승엽 감독은 사령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연합뉴스

그는 감독 경력이 없다. 코치 경력도 없다. 사령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벌써 ‘초보 감독’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많다. 그러나 이 감독은 현역 시절 보여준 모습처럼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반대로 보면 상대가 저의 머릿속을 모르기 때문에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라며 “실제로 경기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감독과 코치들이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역할 분담을 잘해야 한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불안하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승엽 감독은 2017년 은퇴 후에도 야구계를 떠나지 않았다. 여러 방면에서 활동을 이어 갔다. KBO리그 해설위원으로 견문을 넓혔고, KBO리그 홍보대사와 기술위원을 맡으며 한국 야구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했다. 또한 장학재단을 운영하며 유소년 야구 문화 정착에 힘쓰기도 했다. 지난 5년을 돌아본 이 감독은 “그동안 제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선수 때는 그냥 제 것만 했던 것 같다. 그때는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성적을 올릴까? 어떻게 하면 오늘 이길 수 있을까?’ 오직 이 생각뿐이었다”라며 “이제는 여유가 많이 생겼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보는 눈 등 전체적인 견문이 많이 넓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5년간 배웠던 것들을 잘 활용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승엽 감독이 꿈꾸는 감독상은 무엇일까. 그는 “포근하면서도 때로는 냉철한 감독이 됐으면 좋겠다. 야구에서 변화구의 구종이 다양하다. 제가 비록 아직 경험은 없지만, 감독으로서 다양한 패를 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서도 저의 수를 잘 내보이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다”라며 “제가 좋아하는 야구 스타일은 ‘팀플레이’다. 혼자 잘해서는 절대 강팀이 될 수 없다. 협력 플레이를 해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 혼자서 해결하기보다는 뒤 타선까지 이어지는 그런 플레이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 처음부터 두산의 명가 재건이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를 안았다. /두산 베어스 제공
이승엽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 처음부터 두산의 명가 재건이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를 안았다. /두산 베어스 제공

이승엽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 처음부터 중책을 맡게 됐다. 두산은 올 시즌 60승 82패 2무(승률 0.423)의 성적으로 9위에 머물렀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올해는 가을야구 입성조차 하지 못했다. 두산의 명가 재건이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를 안은 그는 “이제 내려갈 곳이 더 없다. 자신감을 가지고 앞만 보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올해 좋지 않았던 것들을 보완해서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올해 팀 분위기가 많이 어두웠다. 일단은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할 생각이다. 선수들 개개인의 성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문제점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 시절 탄탄한 ‘자기 관리’의 아이콘이었다. 또한 현역 은퇴 직전까지도 강도 높은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두산 선수들에게도 이런 부분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내년에는 다시 실패해서는 안 된다.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시즌 마무리 훈련 때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훈련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코칭 스태프들이 따로 요구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이다. 만약에 부족하다면 코칭 스태프들도 직접 관여할 것이다. 훈련과 대화를 병행하며 내년에 가야 할 방향을 확실히 제시할 생각이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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