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키움 히어로즈 제공

[고척=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프로야구에서 가장 성공한 ‘야구인 2세’ 이정후(24ㆍ키움 히어로즈)는 올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타율(0.349) 출루율(0.421) 장타율(0.575) 안타(193개) 타점(113점)에서 1위를 차지하며 타격 5관왕에 올랐다. KBO 리그에서 타격 5관왕이 나온 건 이대호(롯데)가 2010년 7관왕을 차지한 이후 12년 만이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52) LG 트윈스 2군 감독도 1994년 24살의 나이로 타격 5관왕(타율ㆍ출루율ㆍ안타ㆍ도루ㆍ득점)에 오른 바 있다.

이제 이정후는 아버지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났다. 하지만 아직 배가 고프다. 우승 반지를 손에 넣지 못해서다. 이종범 감독은 프로 무대에 뛰어든 1993년 해태 타이거즈(KIA 타이거즈 전신)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1996년, 1997년, 2009년에도 우승 반지를 꼈다. 하지만 이정후는 프로에 데뷔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가을야구를 하고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키움은 2019년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두산 베어스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그만큼 우승이 간절하다. 16일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앞으로 10승을 거두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3승씩 거두고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올려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포부였다. 이정후는 “정규시즌에는 개인 기록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부담이 있었는데, 포스트시즌은 다시 ‘0’에서 시작하는 만큼 부담 없이 편하게 경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존경하는 선배’ 박병호(36ㆍKT)와 ‘적’으로 만났다. 둘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가을 무대를 함께 누볐다. 그러나 이제 박병호는 키움의 ‘경계 대상 1호’가 됐다. 이정후는 “(박)병호 형은 이제 적이다. 이번에 처음 만나는 거면 기분이 묘했을 것 같지만, 정규시즌 때 많은 경기를 해봤다. 우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선배님한테 홈런을 맞고 진 기억도 있다. 극적인 상황에서도 홈런을 많이 치셔서 그런 것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항상 박병호 선배님이 홈런을 쳤을 때 더그아웃에서 환호하면서 지켜봤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홈런을 맞으면 큰일 난다. 선배님 앞에 최대한 주자를 내보내면 안 된다. 홈런도 안 맞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곧 ‘매제(妹弟)’가 되는 고우석(24ㆍLG)과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내년 1월 이종범 감독의 딸이자 이정후의 여동생인 이가현 씨와 결혼할 예정이다. 1998년생인 이정후와 고우석은 야구계에서 소문난 ‘절친’이다. 이정후는 “올 시즌 전부터 (결혼 소식을) 알고 있었고, 이후에도 똑같이 (고우석과) 맞대결을 펼쳤다.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다”면서도 “‘한국시리즈까지 가는 길목에 LG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고우석과) 만나야 한다. 다만 중요한 순간에는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웃었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