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베어스 제11대 감독 이승엽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두산베어스 제11대 감독 이승엽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모두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자신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라이언킹’에서 ‘곰 조련사’로 변신한 이승엽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의 목표는 명확하다. 자신을 향한 우려의 시선을 걷어내고, 지도자로도 성공하는 것이다.

두산은 1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이승엽 감독 취임식을 열었다.

지난 8년 간 팀을 이끈 김태형 전 감독과 결별한 두산은 14일 새로운 사령탑으로 이승엽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이 감독은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감독으로는 최대 규모인 총 18억 원(계약금 3억 원·연봉 5억 원)에 사인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KBO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로 활약했다. 1906경기에서 타율 0.302, 2156안타 467홈런 1498타점 1355득점을 작성했고, 지금도 통산 홈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3년엔 아시아 최다 홈런 기록인 56개의 아치를 그리기도 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8년간 뛰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국민타자'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두산베어스 제11대 감독 이승엽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두산베어스 제11대 감독 이승엽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감독 선임 이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선 이 감독은 “많은 분이 감독 이승엽의 철학을 물어봤다. 그때마다 제가 강조한 키워드느 3가지다 ‘기본기’, ‘디테일’, ‘팬’이다”라며 “전 홈런 타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선수 이승엽은 항상 기본기에 충실했다. 디테일에 강한 일본 야구를 경험하면서 철학이 강해졌다. 또 기본은 땀방울 위에서 만들어진다. 선수 시절 상대했던 두산은 디테일을 앞세워 상대 팀을 압박하는 팀이었다.‘허슬두’ 팀 컬러를 다시 구축하는 게 목표다. 또 아무리 강한 야구도 팬이 없다면 완성되지 않는다.

그라운드 위에선 팬들에게 감동을, 밖에선 낮은 자세로 다가서는 팬 퍼스트 정신을 만들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그는 이날 등번호 77번이 박힌 흰색 홈 유니폼을 입은 채 기자회견에 임했다. 그는 “야구는 어떤 유니폼을 입든 다 똑같다. 선수 시절 팀을 여러 번 옮겨봐서 어색하지 않다”며 “제가 숫자 7을 좋아한다. 지도자가 되면 77번을 달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은퇴 후 그라운드 밖에서 활동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대사와 기술위원, 방송사 해설위원, 장학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코치 경험은 전무하다. 이 감독이 두산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그는 “지금 저에게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가 ‘초보 감독’이다. 코치 경험도 지도자 연수도 받은 적 없지만, 언젠간 찾아올 감독 이승엽을 준비해왔다. 2023시즌이 시작되면 지금의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고 힘줬다.

이 감독은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곧장 코칭스태프 구상에 나섰다. 김한수 전 삼성 감독이 수석코치로 선임됐고, 조성환 전 한화 이글스 수비코치와 고토 코지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코치도 ‘이승엽 사단’에 합류했다. 이 감독은 “김한수 코치는 저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분이다. 서로를 잘 안다. 언젠가는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회가 돼서 수석코치를 맡겼다. 제가 경험이 없는 만큼 수석코치로서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고토 코치는 선수들의 신임을 받는 지도자고, 조성환 코치는 좋은 팀을 만들어줄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두산베어스 제11대 감독에 취임한 이승엽 감독.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두산베어스 제11대 감독에 취임한 이승엽 감독.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이 감독은 ‘자율 야구’를 예고했다. 하지만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아울러 선수들에게 늘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당부했다. “저는 빡빡하지 않고 편한 스타일이다.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감독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 된다. 선수들이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 다만 경기 때는 엄해질 것이다. 열심히 뛰고, 열심히 치고, 열심히 수비하는 건 당연하다. 실수는 나올 수 있지만 그 실수가 잦아지고 해서는 안되는 플레이를 한다면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이다. 이 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붇겠다는 생각으로 플레이 해야 한다. 나태한 모습 보인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올해 창단 첫 9위에 그쳤다. 냉정하게 보면 내년에도 우승에 도전할 전력은 아니다. 이 감독도 “아직 선수들도 다 만나보지 못한 상태에서 당장 내년에 우승하겠다고 말하는 건 섣부른 것 같다. 다만 올해보다 확실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은 드리겠다. 3년 안에 한국시리즈 진출하고 싶다. 그럼 감독으로서 첫 번째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쉽진 않겠지만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두산 구단이 이번 겨울 이승엽 감독에게 취임 선물을 안길지 관심이 쏠린다. “전력 보강에 관해 아직 구단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한 이승엽 감독은 "(주전 포수인) 박세혁이 FA가 됐다. 혹시나 박세혁이 떠날 수도 있다. 포수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 포수라고만 말씀드렸다"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무한 경쟁 체제를 예고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줄 것이다. 어떤 선수가 진중하게, 진심으로 플레이 하는지 훈련 과정을 통해 지켜보겠다”며 “공평한 기회 속에서 조금 더 야구에 몰입하는 선수들에게 마음이 가지 않을까 싶다. 대스타든, 아직 보여준 것이 없는 신인이든 동등하게 기회 주겠다"며 "결과를 내라. 결과를 내는 선수가 경기에 나설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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