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차별적 디자인과 고급 사양으로 무장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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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정우 기자] G90는 현대자동차그룹 최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에서도 가장 최상급 모델로 자리하고 있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형 고급 승용차였던 에쿠스와 EQ900 계보를 잇는 4세대 모델로 지난해 12월 처음 공개됐다.

현대차그룹 고급차의 정점에 있을 뿐 아니라 북미에 이어 유럽까지 진출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할 모델이기도 한 만큼 G90는 그룹 차원에서 중요한 전략적 차종이기도 하다.

시승을 위해 만나본 G90는 보수적이면서 단정한 모습이었던 전 세대와 달리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매끈한 외관으로 강한 존재감을 풍긴다. 출시 초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이 나왔지만 제네시스의 디자인 정체성 ‘역동적인 우아함’을 반영한 디자인으로 IDEA 디자인상 모빌리티 부문 은상에 선정된 바 있다. 현대차는 “역대 제네시스 모델 중 가장 우아한 외장 디자인”이라고 자평한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전면 대형 크레스트 그릴은 2중으로 마감돼 웅장함을 연출하며 양 옆으로 제네시스 디자인 코드인 두 줄 LED 헤드램프가 매끈하게 이어져 있다. 두 줄 램프는 휠하우스 뒤쪽 휀더까지 연장되며 위쪽으로는 넓고 매끈한 클램쉘 후드가 둥그렇게 덮여있다.

둥근 앞코는 길게 뻗은 측면의 잘 정돈된 라인을 따라 가파르게 떨어지는 뒤쪽과 이어진다. 측면에서는 후석 헤드룸 확보를 위한 두꺼운 C필러와 화려한 20인치 알루미늄 휠이 시선을 끌고 뒷면은 얇고 심플하게 디자인된 테일램프와 두 줄 장식, 양쪽 하단의 방패형 배기구로 마무리됐다. 양감이 상당한 앞쪽에 비해 뒷부분이 패스트백에 가깝게 떨어지고 테일램프도 평면적으로 매끈하게 자리해 상대적으로 웅장함이 덜하지만 독특하고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을 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전장 5275mm, 전폭 1930mm, 전고 1490mm의 비율 덕분에 넓고 긴 거대한 차체가 매끈하게 쭉 빠진 모습이 인상적이며 존재감이 상당하다. 3180mm에 달하는 휠베이스도 안정감 있는 자세를 연출하면서도 대형 세단의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짐작케 한다. 이전 3세대 디자인이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조형미를 강조했다면 이번 G90는 현대적인 선과 면, 양감으로 장식돼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램프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더 정돈된 느낌으로 독창성을 연출했다.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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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 준수한 조림품질, 호화로운 편의사양이 만족감을 준다. 일단 차체 크기가 큰 만큼 운전석에서부터 넓은 전폭에 따른 공간감을 느낄 수 있고 깔끔하게 정돈된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타원형으로 디자인된 각종 조작 버튼과 스피커 등이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후석 쪽을 돌아보면 광활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여유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최근 많이 쓰이는 터치식 조작보다 대부분의 기능 조작은 물리적 버튼으로 이뤄지게 돼 있어 직관적이며 유격 없는 조작감도 나무랄 데 없다. 각종 수납공간 개폐나 버튼·레버는 부드럽게 조작돼 고급스럽다. 다이얼이나 윈도우 조작부, 토글형 조작계 일체의 손이 닿는 오돌토돌한 부분이 같은 패턴으로 일관된 느낌을 주는 것도 좋다. 다만 공조장치 온도 조절 버튼이나 인포테인먼트 콘트롤 다이얼의 일부에 약간 날카로운 부분이 있어 더 꼼꼼한 마감이 필요해 보인다.

디지털 클러스터에서 센터 디스플레이까지 하나의 패널로 이어지는 구성은 디지털 기능 이용 시 쾌적한 개방감과 시각적 만족감을 준다. 센터 터치스크린 메뉴 구성과 조작 반응도 좋은 편이다.

글로브박스와 센터콘솔 크기는 불만이 없지만 앞좌석에서의 소소한 수납공간은 차급에 비해 여유롭지 않다. 인포테인먼트 조작계를 터치 디스플레이로 몰아넣고 센터페시아 아래 자리를 정리하는 요즘 자동차 추세에 비해 기어 셀렉터와 콘트롤 다이얼 등이 넓은 면적을 차지해 컵홀더 외에 자리가 마땅치 않다. 반면 센터콘솔 앞쪽에서부터 스마트폰을 기울여 넣을 수 있는 무선충전 패드는 공간 활용성이나 이용 편의성 면에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디지털 클러스터 화면을 전환하면 일반적인 내비게이션과 계기판을 같이 표시해주는 모드 외에 차량 전방 카메라의 실제 도로 영상에 주행 안내 표시를 증강현실처럼 덧씌워 보여주는 모드도 있어 인상적이다. 계기판으로 보여지는 디지털 사이드미러, 주변 도로 상황을 단순화해 보여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과 함께 최근 첨단 기능을 적극 적용하는 현대차의 장점이다. 디지털 클러스터도 전통적인 계기반보다 디지털 기기에 가까운 구성이지만 시인성이 좋고 필요한 정보는 빠짐없이 표시해준다.

또한 인상적인 부분은 다른 현대차그룹 차종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자연의 소리’ 등 차량 내 분위기 연출을 위한 음향 기능 등이다. G90은 여기에 더해 조명과 향기까지 최적화해 승객의 기분 전환을 돕는 무드 큐레이터 기능을 지원한다. 실제 사용 빈도는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고급차의 경험을 공간감과 내장재, 승차감에 그치지 않고 음향과 향기로까지 확대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23개 스피커를 통해 깔끔한 음질을 제공하는 뱅앤올룹슨(B&O)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이 마련됐고 생생한 현장감을 구현하는 버추얼 베뉴(가상 공간) 기능도 지원한다. 오디오 사운드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렸지만 넓은 실내와 곳곳에 배치된 스피커가 공간감이 풍성한 음향을 자랑하는 점은 장점이다.

최상급 고급차량들에 적용되는 소프트 도어 클로징부터 자동으로 문을 닫아주는 기능 등도 G90의 호화로움을 배가한다. 실내에서 버튼을 누르면 살짝 열리는 문 조작이 가끔 먹히지 않는 점은 디지털 시스템의 단점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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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의 백미는 후석 공간이다. 뒷좌석 승객의 편의를 위해 대부분의 기능 조작계통을 제공하고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에 장착된 두 개의 독립 디스플레이 모니터와 블루투스 연결을 통한 미디어 이용 기능을 제공하며 모니터를 통해 내비게이션상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는 점도 세심하다. 운전석에서는 디스플레이 메뉴를 통해 작동해야 하는 마사지 기능 등은 원터치 버튼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헤드레스트의 부착된 쿠션 액세서리도 소재감과 편안함이 수준급이다. 중앙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살균 기능이 마련된 수납공간 등이 마련됐다. 

승객의 편안한 이동을 위해 릴렉스 모드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조수석 시트를 최대한 앞쪽으로 접고 후석 시트와 풋레스트까지 거의 누워서 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 접힌 조수석 시트가 운전자의 사이드미러 시야를 가리지 않는 점은 꼼꼼하지만 헤드레스트 뒤 모니터 각도가 자동으로 맞춰지지 않는 점은 아쉽다. 후석 수면을 위해 조명과 음향을 최적화 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G90는 가솔린 3.5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 출력 380마력(PS), 최대 토크 54.0kgf·m를 발휘한다. 터보 렉을 느끼기 어렵고 충분한 토크감과 부드러운 엔진 회전 사운드 등으로 고급 차량에 어울리는 여유로운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3.5 터보엔진은 차량 주행 조건에 따라 연료를 최적 분사하는 듀얼퓨얼 인젝션 시스템과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를 빠르게 식혀 가속 응답성을 높여주는 수냉식 인터 쿨러 등을 통해 성능과 연비 효율까지 개선했다. 엔진의 높은 출력과 토크를 뒷받침하고 브레이크 디스크의 원활한 냉각을 위해서는 언더커버 가이드홀, 더스트 커버 홀, 휠가드 쿨링베인 등 브레이크 다중 냉각 구조를 적용했다.

아울러 고객의 운전 성향에 맞게 브레이크 제동감을 조절할 수 있는 브레이크 모드를 추가했다. 뒷좌석 승객에게 편안한 제동감을 구현하는 ‘쇼퍼 모드’를 포함해 컴포트, 스포츠 등 총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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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핸들링(R&H) 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에어 서스펜션과 신기술을 적용했다.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해 방지턱 등 전방 노면 정보를 인지, 서스펜션을 최적 제어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됐다. 이를 통해 정제된 차체 움직임과 우수한 승차감을 구현하고 고속 선회 주행 시 안정적이고 편안한 차체 거동을 돕는다.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은 주행 조건과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에어 스프링의 강성을 3단계로 조절, 상황별 최적의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찾으며 주행 조건에 따라 차고도 변경할 수 있다.  특히 카메라를 통해 전방에 방지턱을 인식하면 방지턱 진입 100m 전 전륜 차고를 10mm 상향시키고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최적 제어, 차체가 위 아래로 흔들리는 현상(피칭)을 제어한다.

차량이 급경사로를 내려갈 때는 전륜 차고를 높이고 전륜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잡아 평지 진입 시점에 차체 하부가 노면에 닿아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며 험로 주행 시에는 전·후륜 차고를 25mm 상향시켜 차체 하부 손상을 방지하고 주행 안정감을 확보한다.

G90에 적용된 능동형 후륜 조향(RWS)은 저속 역상(전륜과 반대 방향)에서 최대 4도, 고속 동상(전륜과 같은 방향)에서 최대 2도 범위 내에서 뒷바퀴를 조향한다. 유턴이나 좁은 골목길, 주차 등의 상황에서 낮은 속도로 선회 시 앞바퀴가 돌아가는 반대 방향으로 뒷바퀴가 최대 4도까지 돌아가 회전 반경을 중형차 수준으로 줄여준다. 중고속 주행 중 차선변경 혹은 장애물 회피 상황 등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를 최대 2도까지 함께 조향해 안정성을 높인다.

전체적인 주행감각은 여유롭고 부드럽다. 승차감 중심의 서스펜션과 크기·무게 덕분에 스포츠세단의 단단함과 기민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가속력과 안정감 등 주행성에는 큰 불만을 갖기 어렵다.

정숙성도 수준급이다. 소음 저감 기술인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ANC-R)을 기본 탑재해 노면으로부터 발생하는 소음의 반대 위상 주파수를 스피커로 송출해 주행 중 실내 정숙성을 높여준다. 또한 차체에 보강재를 더하고 차체 주요 부위에 흡음재를 대거 사용해 정숙성을 개선했다. 뒷좌석 도어 쿼터 글라스를 포함한 앞면, 뒷면, 전체 도어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도 차폐감에 기여한다.

제네시스 G90 판매 가격은 8957만원이며 롱휠베이스 모델은 1억6557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본격적으로 1억원대 수입 고급 차량들과 경쟁하는 가격대지만 차고 넘치는 호사스러운 옵션 사양과 안람함, 고급스러운 디자인 등을 고려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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