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허영인 회장이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진행된 SPL 안전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발표'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SPC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SPC가 계열사 제빵공장 사망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고 이후 미흡한 대처와 수습이 더해져 SNS에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확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포켓몬빵으로 올해 매출 순항을 달렸으나 이번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며 실적에도 변수가 생길 전망이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께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인 해당 기계에는 자동으로 멈추는 인터락(비상제동장치) 기능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SPL은 파리크라상이 지분 100%를 보유한 SPC그룹 계열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 운동이 확산된 근본적인 원인은 열악한 작업 환경과 대처 때문이다. 사고 이튿날 현장 인근에 천을 두르고 동료들이 정상 근무하도록 한 점과 장례식장에 경조사 지원품목이라며 파리바게뜨의 빵 두 박스를 두고 간 점 등을 두고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점점 커지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은 21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SPC그룹 본사 건물에서 열린 SPL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SPL과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진단을 이날부터 실시해, 진단 결과를 반영한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실행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이 사고가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없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기관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작업 절차와 안전 조치 등에 관한 서류와 전자정보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강동석 SPL 대표를 입건했다. 다만 허 회장이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SPL이 SPC 그룹 계열사지만 별도 법인이며 경영책임자가 따로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근로자 사망사고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SPC는 실적에도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포켓몬빵 열풍 후 던킨, 배스킨라빈스 등 계열사에서 포켓몬 마케팅을 확대하기도 했지만 최근 불매운동이 겹쳐지며 악재가 드리워지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SPC그룹의 불매 운동으로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사망 사고 발생과 이후 그룹의 사고 수습 및 대처에 대한 논란이 더해지며 온라인상의 계열사 전반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4분기~1분기 주력 제품 호빵 성수기를 앞두고 터진 불매 운동이 실적 변수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음식료 부문 내 불매이슈와 주가하락 기간은 12개월 이상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SPC 계열 가맹점주들이 불매운동의 피해를 입지 않겠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맹점주들은 이번 주 들어 매출이 평소보다 줄었다. 평택 사고와 관련 있는 샌드위치를 중심으로 매출이 더 줄었다라며 사실 가맹점주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사태가 더 악화하면 어쩌나 걱정이 크다라고 읍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처음부터 사망사고에 대한 미흡한 대처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잘못된 대응으로 논란을 더 키운 셈이다. 기업 차원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