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野, 親기업 이미지 지적…환경영향평가제도 완화 부작용 우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연기·지역 축소 비판…"정책 의지 없는듯" 
尹정부 '규제는 걸림돌' 인식 영향 미쳤나…향후 환경정책도 난항 전망 
31일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환경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환경부 제공 
31일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환경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환경부 제공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환경부가 규제 완화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친(親)기업' 성향을 토대로 한 규제 완화 방침만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연기·환경영향평가제도 완화·녹동강 녹조 발생 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2중대'라는 주장마저 나왔다. 충분한 합의와 설명이 전제되지 않으면 향후 정책 추진도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6월 전국에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12월로 유예한 데다, 시행 지역도 제주와 세종으로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윤석열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심지어 준비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탁상행정이 아니냐'는 질문에 "탁상행정이 맞다. 내가 (환경부 장관으로 와서 보니 이미) 그렇게 돼 있었다"고 답해 논란을 더 키웠다. 

당초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6월 개정법이 공포됐다. '공포한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한 규정에 따르면 올해 6월 시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법률 개정도 없이 시행일을 12월로 6개월이나 미뤘다. 환경단체들은 법에서 정한 시행일을 환경부가 임의로 변경해 입법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한 장관은 이번 국감에서 "법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고 답변했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시행한 이후, 확대 적용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도 밝히지 않아 정책 추진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지난 8월 발표한 환경규제 혁신 방안도 사실상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는 "환경부가 아직도 규제라는 부분에 집중돼 있다"고 언급한 한 장관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에 기반한다. 

당시 환경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환경규제 혁신방안'은 스크리닝 제도 도입 의지가 담겼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해 환경영향평가 실시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밖에 화학물질은 유·위해성에 따라 분류해 규제를 차등 적용하고,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열분해유를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제조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도 순환자원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특히, 스크리닝 제도는 청탁이나 부당한 압력을 비롯해 제도를 악용한 편법이 늘어날 수 있는 데다, 개발사업으로 훼손된 환경에 대한 사후 조사도 기존 환경영향평가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규제 혁신 방안은) 기업들의 편의가 우선"이라며 "이 정도면 '기업 공화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환경부가 "기업들 입맛에 맞춰 규제를 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가 5월 환경규제TF(태스크포스) 운영을 시작했고, 규제를 푼다고 하면서 기업과 핫라인도 구축했다고 홍보했다"며 "이러니까 '산업부 2중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한 장관은 "기업이 원해서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문제를 만드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6대 경제단체와 환경규제 개선을 위한 핫라인 구축 등) 그런 행보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규제'를 성장의 걸림돌로만 인식하는 윤석열정부의 전반적 기조가 환경부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에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국부의 원천은 과학기술의 역량"이라며 "과학기술발전을 가로막는 어떠한 규제도 정치적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환경부와 기상청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유제철 환경부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환경부와 기상청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유제철 환경부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8월31일 출범한 국무총리 소속 규제혁신추진단은 재계의 소통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규제혁신추진단이 조직에 합류한 전직 공무원·연구기관 및 경제단체 관계자 등 구성원 명단을 전부 공개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김 의원이 국무조정실로부터 받은 답변에 의하면 규제혁신추진단에는 대한상공회의소 3명, 전국경제인연합회 1명, 한국경영자총협회 1명, 중소기업중앙회 2명, 중소벤처기업연구원 1명, 한국무역협회 1명, 한국상장회사협의회 1명 등 총 7개 기관에서 10명의 관계자를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경제단체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규제혁신추진단이 재계의 또 다른 소통창구가 되거나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해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 인사를 공개하고, 국민의 감시를 받으며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환경부는 지난 26일 환경규제 혁신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로 환경영향평가 대상과 절차를 개정한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27일부터 12월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농어촌도로 지하매설물 설치사업이나 이미 개발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환경영향이 경미한 사업은 소규모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숲속야영장·산림레포츠시설 조성사업에 대한 소규모 평가 대상사업 여부 판단 시 자연휴양림·산림욕장·치유의 숨 조성사업과 동일하게 실질적인 개발면적을 적용한다.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대상 판단기준도 개선한다. 재협의 대상 판단 시 동일한 면적 기준(최소 환경영향평가 대상 규모 이상)을 적용해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고, 작은 규모의 사업 증가로 인한 재협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비한다. 

조정 감토 전문위원회도 신설된다. 현재는 사업자, 또는 승인기관장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환경영향평가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조정을 결정하고 있으나, 협의회의 전문성 및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에 앞으로는 조정 검토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 전 조정 검토 전문위원회를 거치게 해 협의내용 조정 여부에 대한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검토를 강화한다.

제도 운영의 유연성도 높였다. 위반행위의 경중(훼손율)에 따라 과징금을 차등적용하고, 약식절차도 재협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 규모(증설 규모)가 최소 평가대상 규모의 200% 이하인 사업까지 적용한다.

환경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이후,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번 개정안을 내년 3월 시행할 예정이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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