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정위 “연내 독과점 판단기준‧금지행위 유형 구체화할 것”
안철수‧배진교‧오기형 의원 등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 발의
플랫폼 업계 “스타트업‧중소플랫폼 기업 성장가능성 잘라”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 하고 있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연합뉴스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 하고 있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카카오 먹통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선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과도한 규제가 플랫폼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을 추진해왔지만 윤석열 정부의 자율 규제 기조에 따라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는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카카오 먹통 사태’가 터지면서 온라인 기업의 독점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17일 “카카오 사태는 플랫폼 자육규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 사례”라며 “정무위에서 자율규제 폐지, 제도적 규제 강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지만 독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수준이 되면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 입을 뗐다.

그간 ‘자율규제’를 고수하던 윤 대통령의 사뭇 다른 입장에 공정거래위원회도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남용에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최근 내부 간부회의에서 “독과점 남용 행위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 엄중하게 법 집행한다는 기조를 확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카카오 사태와 관련해서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가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독과점 규제와 관련해선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단지 매출액이 아니라 이용자 수나 트래픽 수를 모두 고려한 심사지침을 제정 중이고 올해 안에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의 해당 지침은 플랫폼의 독과점 지위 판단 기준과 금지 행위 유형을 구체화한 일종의 공정거래법 해설서로, 새로운 규제를 담고 있지는 않다. 또 대외적인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치권, 온라인 플랫폼 규제 움직임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야한다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정치권의 온플법 제정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시장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을 다음 주 중 발의할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월간 실제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이거나 이용사업자가 2만 명 이상일 경우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플랫폼 중개사업자’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도 온플법을 대표 발의한다. 해당 법률안은 규제 대상 기업을 △중개거래 매출 5000억원 또는 △총 판매금 3조원 이상의 초대형 플랫폼 기업으로 축소한다. 대신 해당 기업에 더 강력한 의무를 부여한다.

이들 기업에게는 정보교류차단 설치 의무와 불공정거래행위금지, 보복행위 금지의무를 부과한다. 정보교류차단 설치 의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계열사 간 정보 교류를 차단해 이해상충을 방지하고자 포함됐다.

오 의원 측은 해당 의무와 관련해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심판과 선수를 겸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정보교류를 엄격히 차단해 이해상충을 막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률안은 빠르면 1일에서 2일 사이 발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5일에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은 공정위가 독과점을 장기간 지속하는 사업자에게 주식 처분과 영업 양도 등 시장구조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이미 독점화된 시장에서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만으로 경쟁을 복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안 의원의 설명이다.

◇ 플랫폼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 우려

다만 업계에서는 과도한 플랫폼 규제가 오히려 스타트업과 중소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미 큰 기업의 경우 공정위나 방통위 등에서 추진한 법안에 따라 규제를 받고 있어 중복 규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해외 기업과 비교하면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의 대상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발의된 법들을 살펴보면 규제 기준을 이용자 수나 총 매출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용자수는 많지만 총 매출이 이를 따르지 못하는 등 명확한 규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어렵다”며 “기준이 모호해 플랫폼 규제법이 향후 어떤 부작용을 불러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규제가 플랫폼 산업 생태계 자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어느 정도 규제를 받아온 이미 큰 기업들은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지만 이제 막 크기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성장하자마자 규제에 꺾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단계가 지속되면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스타트업과 중소 플랫폼 기업은 성장 자체가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을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화재 사고의 본질은 플랫폼 규제가 아닌 화재 대응 강화에 맞춰져야 한다”며 “데이터 이중화 등을 논의해야 하는데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자는 논의는 맞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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