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픽업트럭까지 연이은 시제품 공개…2025년 세계 점유율 5% 목표
자동차연구원 “빅테크 협업 가능하지만 규모의 경제 달성 어려워”
폭스콘 모델V /사진=폭스콘 홈페이지
폭스콘 모델V /사진=폭스콘 홈페이지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애플 아이폰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 대만 폭스콘이 전기차 시장에서 위탁생산을 정착시켜 기존 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31일 ‘전기차 위탁생산에 발 딛는 폭스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폭스콘은 양산·공급망 관리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진 빅테크가 완성차 시장에 도전한다면 폭스콘의 생산 능력을 활용할 개연성이 높다”며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빅테크 기업이 폭스콘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폭스콘의 유력한 고객사는 위탁 생산을 통해서도 충분한 이익률이 보장되는 프리미엄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마그나의 완성차 조립·생산 자회사인 마그나 슈타이어가 BMW와 재규어,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모델 생산을 담당하고 있고 최근 폭스콘이 테슬라의 생산을 담당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폭스콘은 2020년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혔고 지난달 18일에는 홍하이그룹 테크데이 행사를 통해 자체 전기차 크로스오버 ‘모델 B’와 픽업트럭 ‘모델 V’를 공개했다. 해당 차량은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지 않고 글로벌 브랜드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 앞서 선보인 전기 SUV ‘모델 C’는 대만 자동차업체 유륭그룹의 ‘럭스젠 n7’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폭스콘이 생산을 맡아온 아이폰과 여러 브랜드의 프린터 등 제품들과 같이 폭스콘이 개발·생산한 차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 생산을 맡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줄고 구조가 단순화돼 파워트레인 개발 등에 진입장벽이 낮아진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유력한 고객사로는 기존 아이폰으로 파트너십을 이어왔고 현재 전기차 시장 진출이 유력한 애플이 꼽힌다. IT·소프트웨어 역량과 브랜드 파워를 중심으로 제품 기획·디자인과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직접 뛰어들 경우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직접 제조시설을 마련하기보다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래왔듯 협업 체계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폭스콘은 전기차 시제품을 연이어 공개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개방형 전기차 플랫폼을 통한 협업 체계를 열어두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오하이오주 완성차 공장을 인수했고 6월에는 대만에 배터리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지에도 생산 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폭스콘은 2025년까지 세계 전기차 생산의 5%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폭스콘이 전기차 위탁생산으로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연구원은 “폭스콘이 양산·공급망 관리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되지만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폭스콘이 공급하는 컴퓨터·통신·전자제품의 연간  물량은 약 56억개에 달할 정도로 양산 능력이 있고 24개국에서 현지 생산과 관련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지만 글로벌 생산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는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 비교해 규모의 경제에 따른 제조원가 우위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연구원은 “애플은 자사 고유의 제품 설계·생태계를 선호하기 때문에 설령 폭스콘의 위탁 생산으로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제품 주도권을 폭스콘에 줄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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