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검찰 "A사 단가 인상 요청, 거래처 바꿀 목적 범행"
밥솥 명가 쿠첸의 연이은 악재
박재순 대표가 천안공장 신축 준공식에서 '제2의 도약 선언을 하고 있다. / 쿠첸
박재순 대표가 천안공장 신축 준공식에서 '제2의 도약 선언을 하고 있다. / 쿠첸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국내 밥솥 명가로 유명한 쿠첸은 최근 비전선포식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주력 제품 중심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해 주방가전 탑5를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올해 초 발생한 ‘121 전기 압력밥솥’ 리콜 이슈에 이어 이번에는 하도급업체(납품사)의 기술자료 탈취 혐의까지 불거져 연이은 악재를 맞았다.

2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쿠첸 법인과 제조사업부 전략구매팀 차장 이모씨, 전략구매팀장 서모씨를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4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쿠첸에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로 검찰 고발과 함께 과징금 9억22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쿠첸은 지난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납품사인 A사의 인쇄회로기판 조립체 관련 기술자료를 A사의 경쟁 업체인 B사에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A사가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거래처를 바꾸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쿠첸과 A사의 거래는 기술자료 유출 이후인 2019년 2월 종료됐으며 쿠첸으로부터 기술을 건네받은 B사는 쿠첸의 새 협력업체가 됐다.

또 다른 업체와 거래하기 위해 다른 경쟁 업체 C사에도 A사의 기술자료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 하도급법이 뭐길래?

하도급법은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줄인 말로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꼽힌다. '원사업자는 납품사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제3자에게 제공해선 안 된다(제12조의3 제4항 1호)'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벌금형에 한하긴 하지만, 엄연한 형사 처벌 대상이다. 본래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하도급 대금의 2배까지 벌금(제30조 제1항 제1호)이 부과되며, 행위자뿐만 아니라 법인까지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제31조).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4항 1호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쿠첸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쿠첸은 2015년 11월∼2018년 12월 A사를 포함한 6개 하도급 업체에 부품 제조를 위탁하고 해당 부품 제작과 관련된 기술자료 34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2항에는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납품사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기술자료 요구 시 '서면 요구서'를 반드시 제공해야 하며 사후엔 발급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시정명령(기술자료 반환·폐기명령 포함) 및 과징금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쿠첸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영업 손실을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57억8505만 원이다. 전년 대비 손실규모가 312.1% 늘었다. 매출 역시 2019년 2091억 원, 2020년 1852억 원, 2021년 1633억 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박재순 대표는 천안 신축 공장 비전 선포식에서 “2025년까지 매출 5000억 원, 영업이익률 5% 달성, 주방가전 톱5 확보에 모든 역량과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내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월 ‘121 전기압력밥솥’ 제품 불량으로 소비자 리콜을 실시했던 쿠첸은 기술탈취 혐의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제2의 도약’ 선언이 무색한 이유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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