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부 승계 VS 외부 수혈
새 정부의 금융사 수장 물갈이 의지 여부에 촉각
김지완 BNK 회장 사임 후폭풍이 금융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BNK금융지주
김지완 BNK 회장 사임 후폭풍이 금융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BNK금융지주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이번 주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회장으로 취임한 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이 내년 3월 임기를 5개월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김 회장이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BNK금융 계열사의 자녀 밀어주기’ 특혜 의혹이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 끝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국감)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BNK금융이 김 회장의 자녀가 이사로 재직하는 한양증권에 채권 발행 업무를 몰아줘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김 회장의 자녀와 관련해 BNK금융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BNK금융에 대한 현장 감사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BNK금융 전체가 흔들리는 점에 책임감을 느낀 김 회장이 거취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BNK금융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NK금융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진행하며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내부 승계’와 ‘외부 수혈’을 놓고 논쟁이 펼쳐진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 차기 회장은 그룹 내부 승계가 원칙이다. BNK금융은 지난 2018년 지주 사내이사, 지주 업무집행책임자(지주 사장 이상), 자회사 대표 중에서 내부 승계로 회장을 선임한다는 ‘최고경영자(회장) 경영승계 규정’을 만들었다. 내부 승계 후보군은 9개 계열사 대표들이다. 

하지만 경영 승계 규정에는 대표이사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룹 평판 리스크를 악화시킨 경우에는 외부 인사와 퇴임 임원 등도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따라서 외부 인사 영입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BNK금융이 이번 이사회에서 외부 인사도 조건 없이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 이사회가 불필요한 잡음과 지배구조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외부 인사 제한 조건을 없애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NK금융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과 내용 등은 공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일각에서는 BNK금융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정치권의 ‘외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새 정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금융권 수장을 앉히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그 시발점이 BNK금융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김 회장은 전 정부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라는 점이 이런 우려를 키웠다. 김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산상고 동문이고,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경제고문이었다. 

국감에서 여당이 BNK금융을 향해 날카로운 칼을 들이민 것도, 경영승계 과정이 폐쇄적이라 회장 측근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가 형성됐다는 비판도,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감사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이 BNK금융에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계열사 최고경영자로 국한한 승계 계획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부합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BNK금융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BNK금융에 의견서 전달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당 부서에서도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사실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라며 “문서가 아닌 의견 전달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금감원이 이에 적극적으로 반박을 하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무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역할이다. 하지만 과도한 간섭으로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금융권 내부의 목소리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한 이유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내부승계를 촉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금융회사는 독립성‧전문성‧경험‧조직에 대한 이해 등을 갖춘 사람만이 제대로 이끌고 갈 수 있다”며 “금감원은 BNK금융지주 이사회에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내부승계 계획 이후 아무런 지적과 문제 제기가 없다가 미묘한 시기에 금융당국이 폐쇄성을 언급하는 건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정치권이 이번 BNK금융 사태를 빌미로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낸다면 지역사회의 거센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은 BNK금융 차기 회장 선임 여파가 금융권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하고 있다.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협은행도 이런 의심을 받고 있다. 수협은행은 김진균 은행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차기 행장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당초 지난달 25일 후보자 5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후보자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위원 간 합의가 무산되면서 재공모를 진행했다. 

금융권에서는 수협은행 행추위가 재공모를 결정한 것이 사실상 외부 인사를 뽑기 위한 과정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1차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5명 가운데 4명이 수협 출신이었던 탓이다. 

그리고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4개사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가장 먼저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또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오는 12월,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대부분 회장들이 연임에 큰 장애물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정치권의 입김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새 정부 들어 금융공기업에 인적쇄신 바람이 불고 있어, 이런 현상이 민간 금융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올해 주요 은행들의 횡령 등 비위행위로 인해 수장 교체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은 새 정부의 금융사 수장 물갈이 의지 여부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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