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깜짝 선발로 나서 팀의 6-3 역전승 발판 마련
이승호 "스트라이크만 던지자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홍원기 감독 "혼신의 힘을 다해서 4회까지 버텨준 것이 다른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임시 선발' 투수 이승호가 벼랑 끝 위기에 몰린 키움 히어로즈를 구원해냈다. /연합뉴스
'임시 선발' 투수 이승호가 벼랑 끝 위기에 몰린 키움 히어로즈를 구원해냈다. /연합뉴스

[고척스카이돔=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임시 선발' 투수 이승호(23)가 벼랑 끝 위기에 몰린 키움 히어로즈를 구원해냈다.

키움 입장에서 4일 있었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3차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경기였다. '확실한 1승'으로 평가받는 에릭 요키시(33·미국)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날 요키시는 5.2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그러나 키움은 불펜 난조로 2-8로 무릎을 꿇었다. SSG 랜더스와 시리즈 전적은 1승 2패가 됐다.

1패 이상의 타격이었다. 가용할 수 있는 선발 자원이 더 이상 없었다. 시리즈 1차전에 등판한 안우진(23)이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이탈한 탓이었다. 2차전에 선발로 출격한 타일러 애플러(29·미국)도 일정상 나설 수 없었다. 시리즈 1승 2패의 위기 상황에서 4차전을 맡아줄 선발 자원이 없었다. 홍원기(49) 키움 감독은 고심을 거듭했다. 선택은 이승호였다.

이승호에게 선발 투수 보직은 낯설지 않다. 2019, 2020년 선발 투수로 뛴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불펜 비중이 높아졌다. 심지어 올 시즌에는 53경기를 모두 불펜으로만 소화했다.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1경기), 플레이오프(2경기)에서도 모두 구원 등판했다. 선발 등판은 지난해 8월 25일 한화 이글스전이 마지막이었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4이닝 6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이승호는 4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실점(1자책)의 깜짝 호투를 펼쳤다. /연합뉴스
이승호는 4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실점(1자책)의 깜짝 호투를 펼쳤다. /연합뉴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이승호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홍 감독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2 KBO 포스트시즌 KS 4차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승호는 올 시즌 계속 중간에서 공을 던졌기 때문에 투구 개수가 많지 않다. 그러나 스타트를 잘 끊어주고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총력전을 펼친다면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만 긴 이닝을 던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3이닝 정도 잘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4차전 SSG의 선발 투수는 숀 모리만도(30·미국)였다. '준비된 선발 투수'였다. 많은 이들은 모리만도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임시 선발' 이승호는 보란 듯이 예상을 뒤엎었다. 올 시즌 첫 선발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4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실점(1자책)의 깜짝 호투를 펼쳤다. SSG의 강타자들을 상대로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6-3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모리만도는 2.1이닝 9피안타 6실점(5자책점)으로 강판됐다.

활약에 힘입어 이승호는 KS 4차전 최우수선수(MVP)의 주인공이 됐다. 아울러 상금 100만 원과 100만 원 코스메틱 상품도 손에 쥐었다. 경기 후 이승호는 "선발 등판이 결정된 날(3일)에는 종일 긴장했다. 저녁도 먹지 못했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괜찮아졌다"라며 "이닝은 생각하지 않았다. 제 앞에 있는 타자에만 최대한 집중했다. 스트라이크만 던지자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수비수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경기 후 이승호의 호투에 만족감을 표했다. /연합뉴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경기 후 이승호의 호투에 만족감을 표했다. /연합뉴스

이승호는 2019년 두산 베어스와 KS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5.1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기억이 있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우승만을 바라보고 전진하고 있다. 다만 2019년과 2022년이 다른 점이 있다면 '올해는 저희가 우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승을 향한 열망을 내비쳤다.

홍원기 감독의 '이승호 깜짝 선발 카드'는 적중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이승호의 호투에 만족감을 표했다. 홍 감독은 "이승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3이닝 50개 정도 던질 것으로 봤지만 4회초까지 책임졌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4회까지 버텨준 것이 다른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이승호는 4회초 선두타자 최정(35)을 볼넷으로 내주며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감독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홍 감독은 "타순을 한 바퀴 돌았는데도 정타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이승호가 투구 수도 영리하게 잘 이끌어갔다. 4회초까지는 마무리하는 게 제일 좋은 그림인 것 같아서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영웅은 난세에 탄생한다. 4차전의 주인공은 이승호였다. 영웅과 함께 짜릿한 1승을 챙긴 키움은 이제 2승 2패로 동등한 입장에서 5차전을 맞게 됐다. 5차전은 7일 오후 6시 30분 SSG랜더스파크에서 열린다.

강상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