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김광현(34·SSG 랜더스)은 SK 와이번스(SSG 전신) 시절 가을에 숱한 명장면을 남겼다. 

19살 신인이던 2007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4차전에 깜짝 선발 등판해 7.1이닝 1피안타 무실점 9탈삼진으로 호투하며 팀의 4-0 완승을 이끌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루키 김광현의 역투는 그해 KS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SK는 4차전에서 2승 2패으로 균형을 맞췄고, 이후 2승을 더 챙기며 2패 뒤 4연승으로 ‘역전 우승 신화’를 썼다.

이후 김광현은 팀의 에이스로 성장해 ‘SK 왕조’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SK는 2007년 첫 우승 이후 2008년, 2010년, 2018년 3차례 더 왕좌를 차지했다. 그는 우승을 확정한 3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2008년 두산 베어스와 KS 5차전에 선발 등판해 6.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선발승을 따냈다. 당시 SK는 2-0으로 이겨 KS를 4승 1패로 끝냈다.

김광현은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은 2010년 KS 4차전에선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시리즈를 끝냈다.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2이닝 3피안타 3실점을 기록한 뒤 4차전에 팀의 마지막 투수로 나서 1.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당시 9회말 2사 후 현재윤(은퇴)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마운드 쪽으로 달려오는 선배 포수 박경완(50·전 SK 수석코치)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남기기도 했다.

2018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김광현이 2018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두산과 만난 2018년 KS에서도 4차전 선발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무실점(승패 없음)으로 호투한 뒤 6차전에 마무리 투수로 나섰다. 6차전 9회말에 등판해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으로 막고 그해 KS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때 그는 뒤돌아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김광현은 "정말 영광이다. 사실 KS에 등판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라며 "팀을 잘 만나서 KS에 자주 출전하고, 마지막 경기에 등판하는 영광도 누렸다. 올해뿐 아니라, 은퇴할 때까지 계속 KS에 출전해 우승하고 싶다"고 힘줬다.

어느덧 프로 16년 차 베테랑이 된 김광현은 올가을 다시 팀의 운명을 짊어지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 2022 KBO 포스트시즌 KS 5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5차전은 이번 KS 전체 향방을 가를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KS에서 4차전까지 2승 2패를 기록한 뒤 5차전에서 승리 팀이 우승한 건 10차례 중 8차례(80%)에 이른다. 양팀 모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경기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최근 2년간 미국에서 뛰다 올해 KBO리그에 복귀한 김광현은 1일 열린 KS 1차전에서 1450일 만에 KS 경기에 등판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5.2이닝 5피안타 6탈삼진 3볼넷 4실점(2자책)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얼핏 보면 김광현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측면이 컸다. 5회초 우익수 한유섬과 포수 김민식(이상 33)의 실책과 6회초 최지훈(25)의 실책성 플레이가 김광현을 힘 빠지게 했다.

김광현의 컨디션과 구위는 정상이다. 5차전에서 설욕을 노린다. 이정후(24), 야시엘 푸이그(32) 등 중심 타자들과 4차전에서 맹타를 휘두른 전병우(30), 송성문(26), 김태진(27) 등이 경계 대상이다.

SSG는 5차전에서 김광현, 6차전에서 윌머 폰트를 선발로 내세울 전망이다. '원투펀치'가 출격하는 만큼 6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게 목표다. 김광현이 흔들리면 SSG의 우승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SSG의 우승이 눈앞으로 다가오면, 2010년, 2018년 KS처럼 김광현이 구원 투수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는 “제가 불펜 투수로 나가는 건 감독님의 선택이다. 미출전 선수로 지정되는 날을 제외하고는 항상 불펜에 머무른다.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대기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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