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이오닉5, ‘일본 올해의 차’ 최종 후보 선정
전동화 모델 앞세운 브랜드 이미지 개선 기대
토요타·혼다 등 현지 업계 추격 가능성도 주목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12년 만에 재진출한 일본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안착에 성공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4일 현대차는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일본 올해의 차 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에서 ‘10 베스트카’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일본 올해의 차는 1980년 창설돼 매년 일본에서 출시된 신차 중에서 선발위원의 투표를 거쳐 가장 우수한 차를 선정해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 후보에는 총 48개 차종이 1차 선정됐으며 아이오닉5 등 11개 모델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종 후보군은 10개 차종이지만 이번에는 동수 득표에 의해 1개 차종이 추가됐다. 위원회는 오는 24일 시승평가 등을 거쳐 다음달 최종 1개 모델을 올해의 차로 선정한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최초의 전용 전기차로 픽셀 라이팅과 독창적인 차체 디자인 등 미래지향적인 외관과 실용적인 실내 공간, 환경 친화적 소재, 주행 성능과 안전성, 효율적인 급속 충전 시스템, 전력을 외부로 활용할 수 있는 V2L 시스템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아이오닉5의 이번 올해의 차 최종 후보 선정은 한국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일본 시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일본 도쿄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간담회를 열고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앞서 2001년 진출 이후 현지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해 2009년 상용 부문을 제외한 승용차 사업을 완전 철수한 지 12년 만이다. 

과거 현대차의 실패 원인은 일본 현지 브랜드와 유럽산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에서 차별적인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했고 상대적으로 자동차 산업 발전이 뒤쳐진 한국의 브랜드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현대차는 일본 시장 진출 기간 동안 약 1만5000대의 차를 파는데 그쳤다.

이번 일본 시장 재진출에는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지차 ‘넥쏘’가 선봉에 섰다. 기존 실패한 내연기관 승용차보다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을 중심으로 시장 흐름이 급격히 변하는 시점에 기회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3위 규모의 자동차 업체로 성장한 데 비해 일본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것을 만회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현지 법인명을 현대모빌리티재팬으로 바꿔달고 온라인 중심으로 차량 판매망을 구축하는 등 기존 완성차 업계과 차별적인 영업 구조를 취했다.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현대차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일본 MK택시에 아이오닉5 5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 모빌리티 업계와의 협업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지역에서 다양한 고객 체험 행사도 진행했다.

특히 아직 실험적인 이미지가 강한 수소전기차보다 이미 국내외 시장에 안착한 아이오닉5는 현대차의 일본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맡는다. 아이오닉5는 지난 4월 ‘2022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했고 10월 모터트렌드 ‘올해의 SUV’에 전기차 최초로 선정, ‘2022 독일 올해의 차’, ‘2022 영국 올해의 차’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아이오닉5 등을 앞세운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경우 ‘아이오닉6’ 등 후속 모델의 현지 진출부터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을 선언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차량들의 판매 물꼬도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계가 순수 전기차 개발에 늦었다는 점도 현대차에는 기회다. 하이브리드차를 주력으로 삼은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전기차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을 이루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지 업계의 빠른 추격 가능성은 변수다. 글로벌 1위 완성차 기업 토요타는 지난해 말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며 이후 기존 보유한 전기차의 낮은 경쟁력을 극복하기 위해 플랫폼 개발과 공정까지 전격적으로 재검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간 쌓아온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현지 주요 기업 혼다는 가전·엔터테인먼트 기업 소니와 손을 잡고 소니·혼다 모빌리티를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혼다의 차량 개발 기술과 소니의 엔터테인먼트·유통 경쟁력을 결합해 2025년부터 프리미엄급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지난 실패를 거울삼아 신중을 기해 현지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앞서 일본 진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난 12년간 현대차는 다양한 형태로 고민을 계속해 왔다”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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