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시절 염경엽 감독. /SSG 랜더스 제공
SK 와이번스 시절 염경엽 감독. /SSG 랜더스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감독들의 무덤’이다. 28년째 우승 트로피들 들어 올리지 못해 사령탑 교체가 잦은 편이다. 2002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이래 최근 재계약이 불발돼 팀을 떠난 류지현(51) 감독까지 감독 대행 포함 10명의 지도자가 LG를 이끌었지만, 누구도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했다. 10명의 감독 중 이광은(67), 이광환(74), 이순철(61), 박종훈(63), 김기태(53) 감독 등 5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다. 그 ‘독배’를 염경엽(54) 감독이 집어 들었다. 2020년 SK 와이번스(SSG랜더스 전신)를 이끌다가 중도 사퇴한 염 감독은 2년 만에 LG의 ‘우승 청부사’로 현장에 돌아왔다.

LG는 “현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기술위원장과 KBSN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염경엽 전 SK 와이번스 감독과 계약기간 3년, 총액 21억 원에 감독 계약했다”고 6일 발표했다. 애초 LG 구단은 염 감독에게 2군 지도자를 교육하고 1군을 지원하는 2군 코디네이터 직을 제안했다. 그러나 류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고, 다방면에 경험이 풍부한 염 감독에게 사령탑 직을 제안했다.

염 감독은 6일 오후 한국스포츠경제와 통화에서 “5일 김인석 LG스포츠 대표이사를 만났다. 사장님이 ‘LG는 한국시리즈에 진출을 목표로 하는 팀이고, 우승하고 싶은 팀이다'라고 이야기 하시더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아봤고, 포스트시즌에서 실패도 많이 해본 점을 높이 샀다고 하셨다. '염 감독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인데, 실패한 경험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저와 LG의 목표가 같아서 감독 제의를 수락했다"라고 밝혔다.

LG 트윈스 코치 시절 염경엽 감독. /LG 제공
LG 트윈스 코치 시절 염경엽 감독. /LG 제공

염 감독이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LG에서 2008년 스카우트, 2009년 운영팀장, 2010~2011년 1군 수비코치를 역임했다. 스카우트로 활동하던 당시 직접 선발한 선수가 현재 LG 주장인 오지환(32)이다. 염 감독은 “저도 선수들도 서로 잘아서 편할 것 같다. 당시 함께했던 프런트 직원들도 그대로 남아있다.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코치 연수를 다녀왔고, 올해는 야구대표팀 기술위원장과 방송사 해설위원을 역임하면서 야구를 보는 시야를 넓혔다. 동시에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에서 1년 동안 연수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 많았다. 제 야구 인생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어떤 점을 잘했고,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분석했다. ‘저는 왜 포스트시즌만 되면 약해질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또 해설위원을 하면서 10개 구단 다 분석할 수 있었다. 저에겐 너무 유익한 시간이었다. 감독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9일 마무리캠프가 열리는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파크로 향한다. ‘매의 눈’으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할 예정이다. “1군 선수들은 거의 다 아는데 2군에 있는 어린 선수들은 자주 보지 못했다.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을 체크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라고 했다.

코칭스태프 조각도 맞춰야 한다. LG는 이미 SK에서 염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박경완 코치를 베터리코치로 영입했다. 다만 큰 폭의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염 감독은 “큰 변동은 없다. 선수들에게 혼동을 주고 싶지 않다. 1~2명 정도만 더 영입할 생각이다”라고 언급했다.

LG 팬들의 관심도와 눈높이, 구단의 기대가 매우 높다. 염 감독은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앞선다. 저도 감독으로 우승만 해보면 야구판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해 본 셈이 된다. 저도 팀도 목표는 오직 우승이다. LG 팬들의 염원을 이뤄드리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힘줬다.

LG는 리그 정상급 야수 뎁스를 갖춘 팀이다. 염 감독은 현재 팀 선수 구성에 맞는 화끈한 ‘공격야구’를 천명했다. “염경엽의 야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LG의 강점은 야수 뎁스다.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해야 한다”며 “국내 선발이 약점인데 고민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 LG에서 재미있는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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