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노조 “안전인력 충원 요구했으나 예산 부족 이유로 거절”
10년 간 입환 중 사망사고 4건…2건은 오봉역서 발생
2인 1조 작업, “떨어져 작업 시 사고 막기 불가능하다”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오봉역 사망사고 관련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 중인 허병권 철도노조 노동안전실장. /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오봉역 사망사고 관련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 중인 허병권 철도노조 노동안전실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오봉역에서 근로 중이던 노동자가 후진하는 열차에 치여 숨진 데 이어 영등포역서 무궁화호 탈선사고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고질적 인력문제’가 불러온 사고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5일 8시37분께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의 연결‧분리 작업 중이던 코레일 소속 직원 1명이 사고로 숨졌다. 이 같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하루 뒤인 6일 저녁에는 승객 279명이 탑승한 무궁화호가 탈선하면서 34명이 경상을 입기도 했다.

코레일에서 잇따라 중대재해와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은 8일 오전 11시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전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현장 근무는 4조 2교대로 진행된다. 문제는 4조 2교대 필요한 인원이 적어 한 개 조를 구성하는 인원이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오봉역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 역시 3인 작업을 2명으로 줄이면서 발생한 사고라는 주장이다.

사고 당일 숨진 노동자도 2인 1조로 작업 중이었다. 지난 2020년 오봉역은 4조 2교대로 전환하면서 한 조를 늘렸으나 인력충원은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3개조가 4개조로 늘어나면서 한 조에 16명이던 조별 인력이 13명으로 감소했다.

4조 2교대 전환에 앞서 2019년에는 노사공동 직무진단을 실시해 역무분야에 370명의 인력이 추가 증원되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 당시 숨진 A씨는 시멘트 수송을 마친 12량 열차를 다른 선로에 있는 8량 열차와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로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열차가 후진하면서 뒤에 있던 A씨를 덮친 것이다. A씨와 무전연락이 닿지 않자 동료 수송원이 차량의 맨 뒤부터 기관차 방향으로 수색해 A씨를 발견했다.

공사는 2인1조 근무지침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이 다른 선로에 떨어져 작업하면 사실상 사고를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노동조합에 따르면 당시 현장은 조명이 어두워 상황을 판단하기 쉽지 않고 직원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통로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자재들이 선로 주변에 방치돼 있어 평소에도 위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 한 달 전에도 입환 작업 중인 조합원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오봉역은 곡선구간이 많아 열차 유도 중계를 위해서는 특히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또 전국에서 가장 복잡하고 열악한 화물기지로 알려져 직원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10년간 입환 중 수송원이 사망한 사고는 총 4건으로 2건은 오봉역에서 발생했다.

지난 7일 기재부 앞에서 열린 규탄집회에서 박인호 위원장은 “3인조 입환이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며 “그동안 국토부는 모르쇠, 기재부는 정원증원을 외면해 왔다”고 호소했다.

박종원 본부장도 “철도노동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족한 안전인력 충원을 요구했다”며 “허준영 경찰총수 사장이 강행한 5115명의 정원감축으로 10년 넘게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신규채용 감소 및 정원감축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인력난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내년까지 정원을 6700명 넘게 줄여야 한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코레일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8일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오전 9시부터 코레일 서울본부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 중이다.

고용부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사고 당시 작업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가 준수됐는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에서는 올해 들어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4건 발생하면서 나희승 코레일 사장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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