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S 6차전 SSG에 3-4 패배... 시리즈전적 2승 4패로 준우승
돌아본 키움의 가을 야구... 선수들 투혼 발휘
'원 팀'으로 뭉친 경기력도 인상적
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마무리 배터리 김재웅(왼쪽)과 이지영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마무리 배터리 김재웅(왼쪽)과 이지영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인천=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이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투혼은 상징으로 남기에 충분했다.

올 시즌이 막을 열기 전 키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진출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선발 투수들을 제외한다면 어느 한 곳도 믿을 만한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5강 진입도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4월 LG 트윈스와 함께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력은 꾸준히 좋아졌다. 선발 투수 안우진(23)이 맹활약했고, 타석에서는 이정후(24), 야시엘 푸이그(32·쿠바)가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나 키움은 후반기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7월부터 타선 부진이 심각해졌다. 여기에 선발진과 불펜진에서도 불안 요소들이 터졌다. 7, 8월에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8월에는 하락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3, 4위권으로 내려앉았다. 9월에도 반등의 실마리는 찾지 못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후반기 팀 컨디션이 안 좋다 보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그러나 키움은 다시 한번 ‘반전 스토리’를 만들었다.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1차전(8-4 승), 3차전(9-2 승), 5차전(4-3 승)에 승리하며 시리즈전적 3승 2패로 3년 만에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진출에 성공했다.

8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이정후가 솔로홈런을 터트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8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이정후가 솔로홈런을 터트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PO 상대는 올 시즌 가장 안정적인 팀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LG였다. 많은 이들이 LG의 승리를 예상했다. 키움은 1차전(3-6 패) 막상막하의 승부를 펼쳤지만 실책에 눈물을 흘렸다. 시리즈를 1패로 시작하며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1패 이후 내리 3연승을 거두면서 3년 만에 KS 진출에 성공했다.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KS 무대에 올랐다. 준PO와 PO를 통틀어 9경기를 치렀다. 매 경기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쉴 틈 없는 일정에 선수들의 몸에서도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선수들은 핏빛 투혼을 펼쳤다. 준PO부터 물집 부상으로 고생한 안우진은 KS 1차전(7-6 승)에서 자신의 유니폼에 피를 닦으며 역투를 펼쳤다. 

4차전(6-3 승)에서는 김재웅(24)이 선혈 투혼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에서만 172구를 던진 김재웅은 이날 손가락에서 피가 났다. 그의 유니폼에도 피를 닦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투수들뿐만이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매 경기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홍원기(49) 키움 감독이 선수들의 투혼을 모를 리 없다. 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항상 선수들의 투혼을 언급했다. 5일 4차전(6-3 승) 승리 후 홍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 제가 더그아웃에서 감명을 받을 만큼 투지를 보여줬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힘주었다. 또 7일 5차전(4-5 패)이 끝난 뒤에는 “결과는 아쉽게 나왔지만, 최원태(25)가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서는 감독으로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김휘집이 홈을 파고들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김휘집이 홈을 파고들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S 6차전에 앞서 만난 선수들도 마지막까지 불꽃을 태울 것을 다짐했다. 이정후는 “이제 뒤가 없다. 선수들도 부담이 없다. 저희는 키움 히어로즈라는 ‘원 팀’으로 여기까지 왔다. 또 원 팀으로 계속해서 승리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팀원들을 믿고 경기를 펼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힘주었다.

최원태는 “다들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왔다. 선수들이 고생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울컥한다. 가을야구를 하며 팀원들이 더 끈끈해진 것 같다. 이런 기분이나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모두들 진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키움에 미소 짓지 않았다. 6차전에서 3-4로 패배했다. KS 시리즈전적 2승 4패 무릎 꿇으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누가 키움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이들의 보여준 ‘가을의 투혼’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과 선수들은 짙은 아쉬움에도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만난 홍 감독은 "라커룸에 전체 다 모여서 1년 동안 고생한 부분에 대해 웃으며 축하했다. 몇몇 어린 선수들은 눈물을 보였다. 이정후가 웃으면서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을 봤다. 비록 우승은 못 했지만, 모든 직원과 최고참 이용규까지 모두 현장에서 고생했다. 다들 웃으면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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