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덕 제공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입동을 맞아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면서 올 겨울 패션 시장에 ‘비건’,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다운재킷 하나를 만들려면 15~20마리의 오리나 거위가 필요하다. 살아 있는 동물, 조류의 털을 뜯어 만드는 비윤리적인 다운 의류 생산에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변화하면서 겨울철 패션 트렌드 역시 바뀌는 추세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위메프가 최근 한 달(10월 1~31일)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죽, 모피, 울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패션 아이템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크게 증가했다. 기후 위기 대응, 동물복지 등을 위해 식품뿐 아니라 패션·뷰티 등 생활 영역 전반에서 '비건'에 관심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동물성 소재 사용이 많은 겨울 패션 의류까지 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때 겨울철 부의 상징이었던 구스 다운, 밍크코트를 포함해 여우·라쿤 등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모피 제품, 오리털·거위털 패딩 등은 점차 ‘시대에 뒤쳐지는’ 패션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모피를 대신해 인조로 비슷하게 만든 '페이크 퍼(Fake Fur)' 상품 판매량은 전년대비 754% 증가했다. 
 
또한 동물 가죽이 아닌 합성 피혁이나 친환경 소재로 만든 '비건 재킷'과 동물 털(거위, 오리 등) 대체재로 웰론 같은 인조 충전재를 사용한 '비건 패딩'도 각각 901%, 315% 매출이 늘었다.
 
이러한 변화에 패션업체들 역시 에코 패션을 지향하며 관련 브랜드 및 제품을 속속 들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은 '100% 애니멀 프리(animal-free: 동물성 원료 배제)'를 모토로 지속 가능한 제품들은 선보이고 있다. 동물 깃털 대신 자체 개발한 신조재 플룸테크를 주요 충전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모든 제품에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다. 
 
명품브랜드 에르노 역시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최근 ‘윤리적 다운 인증(RDS)’을 내건 제품을 선보였다. 거위와 오리의 솜털(다운)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인증이다. 에르노의 ‘글로브 컬렉션’는 옥수수, 양파껍질, 대나무 숯, 올리브 등 천연 추출물을 이용한 천연 염색 기술과 5년 만에 분해될 수 있는 특수 나일론 소재, 오래된 이불의 재활용 깃털을 적용했다.
 
이 밖에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에어히트 다운 시스템’ 적용한 친환경 하이테크 아우터 '에코 히트 다운(ECO HEAT DOWN)'를 출시했으며, 네파가 F/W 시즌을 맞아 에코 패딩 및 아노락 등으로 구성된 그린마인드 컬렉션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에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환경보호’와 ‘동물윤리’에 관심을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친환경 소재와 업사이클링, 동물복지 트렌드가 개념소비를 넘어 실제 매출로 직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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