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3년 예산안, 내달 2일 본회의 통과 어려울 전망
사상 첫 준예산 편성 가능성 거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8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이틀째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8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이틀째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가 7~8일 양일 간 2023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한 종합정책질의를 이어갔지만, 이태원 참사로 여야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파행했다. 예산안을 두고 여야 간 충돌은 해마다 반복됐지만, 올해는 더욱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제 때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준예산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與, 경찰의 책임규명 vs 野, 관련자 사퇴 촉구

강대식(63) 국민의힘 의원은 “한 치의 의구심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묻되 책임이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면서 “희생자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고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해줘야 한다.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 안전에 만전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미애(53) 의원은 “더 이상 이태원 참사가 정쟁에 소비돼선 안 된다.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로 쟁점화되면, 세월호 참사를 정쟁으로 소비한 역사에서 보듯 대형 참사 원인 분석과 재난 방지책 마련은 더 어려워진다”며 “가장 중요한 건 실체적 진실규명인데, 오히려 피해자 인권 보호에 소홀하게 됐다. 피해자, 국민 인권 보호에 부합하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미흡한 대책이 참사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한덕수(73) 국무총리와 이상민(57)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54) 경찰청장 등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장경태(39) 의원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정부와 공무원이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의무다.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같은 당 강선우(44) 의원은 “이번 참사로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민낯이고 진심이다”라고 꼬집었다.

한덕수 총리는 “집회가 일어나는 용산 쪽에 치안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 분명히 국가는 없었다”라면서도 자진사퇴에 대해선 “지켜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대통령께 말하겠다.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힌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 헌정 사상 최초의 준예산 사태 현실화?

대통령실은 준예산 집행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 대응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민주당 측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을 감행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오는 12월 2일인 법정 시한은 물론 올해 안으로도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정부가 예산 심사 표류 가능성을 고려해 준예산 편성을 준비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진행 한 적은 없다. 하지만 민주당 측이 사상 최초로 대통령 시정연설까지 보이콧하면서 최악의 수를 대비해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는 9월 2일 총수입 625조9000억 원, 총지출 639억 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 정부는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의 안전판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건전재정으로 재정 기조를 전환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초래한 방만한 재정운용에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 원)보다 5.2%(31조4000억 원) 늘었으나,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도 예산보다 줄었다. 정부는 점진적으로 2026년까지 4.2%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여야는 법인세 인하, 세법 개정안 등을 두고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내려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관련 법안 처리에 부정적 입장을 내놨고, 국민의힘은 '세제 정상화 과정'이라며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 준예산 편성이 가져올 경제 우려는?

준예산이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예산을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 관련 예산은 전액 쓸 수 없다. 다만,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한 관리비, 인건비 등 최소한의 지출만 할 수 있다. 윤 정부의 신규 사업을 비롯해 직접 일자리 고용 사업 등 차질이 불가피하다.

올 겨울 경제 한파가 예고된 상황에서 준예산까지 편성된다면 자연스럽게 경제성장 악영향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수출은 524억8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에 비해 5.7%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나아질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추경호(62)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물가·고금리·강달러가 지속되며 경기 침체 우려와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상존하는 복합 위기 상황에 놓였다"며 "당면한 복합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통과시켜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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