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복현 금감원장 “손태승 회장 현명한 판단 내릴 것”
금융계는 사실상 사퇴 압박이라고 해석 
이복현 금감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을 간접적으로 반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감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을 간접적으로 반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금감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전한 한 마디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 및 금융회사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과거 소송 시절과 달리 지금 같은 경우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아마도 당사자(손 회장)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금융위원회(금융위)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문책 경고’ 중징계를 결정한 것에 대한 발언이었다. 지난해 4월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한 문책 경고 제재안을 금융위로 넘겼고, 금융위는 1년 6개월 만에 징계를 확정했다. 문책 경고는 금융권 취업이 3년 제한되는 징계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발언의 후폭풍은 컸다. 안 그래도 민감한 시기에 급박하게 내린 이번 징계가 손 회장의 연임을 막고 ‘낙하산 후임’을 앉히려는 포석,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원장의 이번 발언은 이런 의구심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역할을 했다. ‘현명한 판단’이라는 말이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 풀이되고 있다. 소송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연임에 도전하는 손 회장이 이번에도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3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 징계를 받았지만,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손 회장은 DLF 사태 관련 징계처분 취소소송 1·2심에서 승소했다. 금융계는 이런 과정을 다시 진행하지 말라는 경고성 멘트를 이 원장이 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의 부담감과 고민은 더욱 커졌다. 손 회장이 소송을 통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사법 리스크를 안고 새로운 임기를 시작해야 하고, 금융당국과 대치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은 우리금융 회장을 선출하는 이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 후보를 선출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추인 받는 과정을 거친다. 사회이사 추천 주주들 대부분이 금융사이기 때문에 금감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외풍이 강하게 불면 이사회조차 막을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금융당국이 손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관치금융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의혹을 더욱 키운 역할을 하며 관치금융의 고도화를 진행한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금융계는 금융당국 수장의 공개적인 이번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금융을 계기로 앞으로 주요 금융사 수장 선임에 강한 외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구심에 대해 이 원장은 “정치적 외압은 있지 않다”며 “혹여 향후 어떤 외압이 있다면 내가 정면으로 그에 맞서고 싶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금융위원장도 같은 뜻”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 원장은 “내가 다른 부분은 몰라도 외적, 정치적 외압이든 이해관계자 외압이든 그런 것에 대해 맞서고 대응하는 것들은 20여년간 전문성을 갖고 해왔던 분야”라며 “금융회사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거버너스를 전제로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대원칙과 시장 원리에 대한 존중이 있는데 이를 손상시키는 어떤 움직임이 생기면 무조건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징계가 과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본점에서 구체적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벌어진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가벼운 사건이라거나 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위원님들은 한 명도 없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우리금융 입장은 변화가 없다. 손 회장도 관련 입장을 전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향후 대응방안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과 관계없이 우리금융그룹은 금융시장의 조속한 안정화와 국민경제의 위기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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