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레일, 3년 간 산업재해 자체검사 0건
장혜영, 필요 인력 18% 증원하는 데 그쳐
원희룡 “코레일, 노조 요구에 굴복한 탓”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봉역 사망사고와 관련해 질의를 받고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봉역 사망사고와 관련해 질의를 받고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코레일이 산업재해에 대한 자체검사를 소홀히 하는 등 안전 관리‧감독 미흡으로 여야 질책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의 연결‧분리 작업 중이던 코레일 소속 직원 1명이 객차와 레일 사이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코레일에서는 4번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산업재해에도 불구하고 3년간 코레일이 산업재해에 대해 진행한 자체검사는 0건에 불과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코레일이 진행한 자체검사는 총 23건인데 모두 업무의 적법성과 타당성, 효율성 확보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앞서 2018년 9월 오봉역에서 수송원의 발목이 화차와 선로 사이에 끼여 절단하는 사고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봉역의 업무량이 인력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오봉역의 입환량은 올해 10월 말 기준 19만7817량에 이른다. 이는 인근에 위치한 의왕역(8536량)보다 약 23배 많은 수치지만 오봉역서 입환을 담당하는 수송원은 65명으로 의왕역의 3배도 되지 않는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철도시설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연평균 1486명의 증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부는 274명(18.4%)만 증원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철도교통관제시설 인력도 72명 증원돼야 했지만 요구와 달리 7명 늘었다. 올해 177명 증원 요청도 묵살됐다.

이에 따라 4조 2교대로 진행되는 현장 근무에 필요한 인원이 적어 각 조를 구성하는 인원도 줄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최근 발생한 오봉역 노동자 사망사고 역시 3인 작업을 2명으로 줄이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9년 코레일 노사는 노동자의 초과근무에 따른 안전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당초 3조 2교대를 4조 2교대로 전환해 한 조를 늘린 바 있다. 하지만 조가 늘었음에도 인력충원은 없었다. 당시 8개월간의 직무진단을 실시한 결과 1865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국토부는 인력 충원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 조에 16명이었던 조별 인력은 13명으로 감소했다는 것이 노조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코레일과 노동조합에 책임을 물었다.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향해 “관리‧감독하는 국토부가 노동자를 탓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 장관은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바꾸는 것을 국토부가 반대해도 일방적으로 강행해서 인력 투입이 부족한 문제가 생겼다”며 4조 2교대로 전환한 코레일 측의 책임을 물었다.

이어 “국토부 반대에도 (코레일은)노조의 요구에 그대로 굴복해 그대로 진행해서 근무 조정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오봉역은 사고 위험이 많다는 의견이 진작에 나왔기에 당연히 3인 1조로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데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체 지침을 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희승 코레일 사장의 답변 도중에는 “(코레일이)하는 게 없다. 하는 게 뭡니까”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나희승 사장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사장이 오고나서 중대사고가 엄청 늘었다”며 “시원하게 그만 둔다는 소리를 왜 못하냐”고 질타했다.

김선교 의원도 “이 정도 문제가 됐으면 사퇴로 책임져야 한다”며 “진퇴양난으로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원 장관이 ‘현장 탓’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기존 3조 2교대 방식일 때 저녁 7시에 출근하고 다음날 오전 9시에 퇴근하는 업무가 이틀 연속 있기도 하다”며 “교대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인 위험요소”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의 ‘코레일이 노조에 굴복했다’는 표현에 대해 “지금의 교대제가 위험해 바꿔가려는 노력에 국토부 관료들과 중앙정부가 도와주는 게 책임 아니냐”고 질책했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원 장관이 ‘철도공사 노사가 제대로 일을 안 하는 데 대해 동탄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지금 이 자리에서 같은 정부 기관끼리 불성사나운 답변하면 국민께 민망하다”며 “국민이 느끼기엔 코레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가 사장 바꾸면 된다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국토부와 코레일이 오봉역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보다는 책임 미루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현장 상황을 보더라도 시설이나 구조가 사고의 원인인데 코레일의 안전대책 보고자료 제일 앞에는 의식강화‧기본수칙을 위한 24시간 밀착점검, 미준수자 패널티 내용이 강조돼 있다”며 “오봉역에 대한 구조적 해결책 없이 근로자에게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