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쟁·인플레로 ESG 프로젝트 지연됐다는 주장 제기
녹색 이니셔티브 자금, 총 4100억달러 모여... 지난해 동기 대비 16%↓
도이치뱅크 CEO “불필요 규제 대신 합리적 규제 필요” 
크리스티안 제빙 / 사진=도이치뱅크 홈페이지
크리스티안 제빙 CEO / 사진=도이치뱅크 홈페이지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ESG에 앞장섰던 유럽은행들이 불필요한 규제들로 뒤처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이 많은 규제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치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7차 독일 비즈니스 아시아 태평양 회의에 참석해 ESG와 은행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빙은 “지속가능성의 장기적 전환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ESG 프로젝트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모든 경영진은 분기별로 당분간 계획을 세워야 하겠지만, 우선순위 설정에서 특정 지속가능성과 ESG 프로젝트가 1~2분기 정도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가팔라진 인플레이션과 불확실성으로 올해 녹색 이니셔티브를 위한 자금은 총 410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16% 감소한 수치다. 블룸버그 리그 테이블 데이터에 따르면 도이치뱅크는 이 자금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제빙은 유럽 은행들에게 "ESG는 명확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는 석탄 의존과 관련해 씨름중이고 미국은 ESG의 정치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유럽은 지속가능성을 통해 금융 리더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EU는 녹색 분류부터 ESG 펀드 관련 규칙까지 가장 발전된 규정을 내놨다.

그럼에도 현재 유럽이 ESG와 관련해 뒤처지고 있다는 게 제빙의 주장이다. 그는 “고객에게 조언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행정 업무, 규정들이 회사를 곤경에 빠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행히도 이미 은행업계과 고객들이 속한 모든 산업에서 (규정들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유럽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실제로 유럽 은행들이 미국 은행에 많이 뒤처져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더 이상 숨을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도이치뱅크의 펀드운용 자회사 DWS그룹은 ESG 관련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 검찰은 그린워싱 혐의 등의 혐의로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치뱅크와 DWS 사무실을 급습했다. 이에 지난 6월 아쇼카 월더만 당시 DWS 대표는 결국 사임했다.

이로 인한 후폭풍은 거셌다. DWS 그룹은 9월까지 석 달 간 77억달러를 추가 유치했지만 대부분은 마진이 낮은 현금 상품에서 나왔다. 이를 제외하면 회사는 98억유로의 자금 유출이 있었다. 특히 월더만 전 대표의 사임 이후 올해 DWS 주가는 24%나 폭락했다.

하지만 제빙은 지속가능성과 연계된 상품을 판매해 많은 수익을 올렸다. ESG 관련 판매 수익은 2024년까지 1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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