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자잿값 변동 50% 이상 납품단가에 반영하면 벌점 감경
내년 1월 12일부터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예정
일각에선 “시장왜곡에 오히려 일감 줄어들 수 있다” 우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납품단가 연동제’를 하도급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당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이 내년 1월 1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청과 하청 업체 간 거래계약에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를 연동하는 조항을 포함토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원자재 가격이 인상돼 미리 정해진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인상분의 일정 비율이 납품 단가에 반영된다. 당초 공정위는 이를 기업 자율에 맡겨 시범 운영해왔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9월부터 연동제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공정위 또한 자율시행 확산 추이를 보고 법제화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기부는 중소기업 317개사가 참여하는 시범운영을 통해 납품단가 연동에 관한 사항을 약정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고 납품대금의 10% 이상 원재료를 대상으로 하며 위탁기업이 소기업인 경우 쌍방이 연동되지 않도록 했다.

이후 공정위는 납품단가 연동 조항을 계약에 포함한 기업에 대해 공공입찰에서 가점을 주고 하도급법 벌점을 줄여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논의되면서 법제화에 탄력이 붙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자율에만 의지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겠느냐는 점은 매우 의문”이라며 법제화 강행 의지를 보였다.

이어 국민의힘도 지난 9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법제화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해 11일 입법 발의한 바 있다.

한기정 위원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굉장히 가중돼 법제화를 추진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며 법제화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납품단가 연동은 가격과 아주 밀접한 것이어서 사적 자치와 공적 규율의 경계가 어디인지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국회와 심도 있게 논의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중소기업 기술 유출에 대한 조사 인력‧신고 포상금을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상향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소프트웨어‧콘텐츠 제작‧광고 등 용역 분야 하도급 거래 불공정 실태를 업종별로 집중 점검한다.

15일 공정위는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 일환으로 원사업자가 하도급계약 때 원재료 가격 변동분의 50% 이상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약정하면 최대 1점의 벌점을 경감해준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개정안이 내년 1월 1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벌점 경감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산정 방법을 담은 하도급 거래 공정화 지침 개정안은 이날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행정 예고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화하면 소비자 비용 부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월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보고서를 발표하고 납품단가 연동이 의무화 될 경우 시장선택이 왜곡돼 오히려 국내 중소기업의 일감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원 측은 “납품단가 연동 조항이 강제되면 계약기간이 단축하거나 다른 거래조건을 왜곡해 이익을 보전하려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는 “코로나19 확산과 러‧우 전쟁 발 원자재 가격급등, 고환율 등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원가상승요인을 반영할 수 없어 경영악화가 가중되고 있었다”며 “본 법안을 통해 법안에 누락된 인건비, 전기료 등 고정비용도 추후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법안이 여야 간의 소통과 협력으로 조속히 처리돼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통해 국가 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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