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 /LG 트윈스 제공
채은성. /LG 트윈스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독수리가 오랫동안 감춰온 발톱을 드러낼 태세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참전 준비를 마쳤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2023년 FA 자격 선수 명단 40명을 공시했다. 2023년 FA 자격 선수는 공시 후 2일 이내인 15일까지 KBO에 FA 권리 행사의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KBO는 신청 마감 다음 날인 16일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을 FA 승인 선수로 공시할 예정이다. FA 승인 선수는 공시 다음 날인 17일부터 모든 구단(해외 구단 포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올겨울 FA 시장에서 ‘큰손’ 노릇을 할 팀은 한화다. 한화는 2015시즌이 끝난 뒤 정우람(37)과 심수창(은퇴)을 영입한 것을 끝으로 ‘FA 쇼핑’을 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 팀의 취약 포지션인 외야에 대형 선수들이 쏟아졌으나 구경꾼에 머물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없이 ‘리빌딩’만 외쳤고, 올해도 최하위에 머물러 3년 연속 꼴찌 수모를 당했다.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 /한화 제공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 /한화 제공

이번 겨울엔 다르다. 전력 보강 필요성을 절감한 한화는 손혁(49) 신임 단장의 진두지휘하에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외부 FA 영입을 위해 ‘실탄’을 두둑하게 준비해 놓았다. 최근 박찬혁 야구단 대표이사가 모그룹에 FA 영입 필요성을 설명하고 자금 지원을 약속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손혁 단장은 15일 한국스포츠경제와 통화에서 “예년과 자금 사정이 다르다. 사장님이 동분서주 하시면서 고생하셨다. 구단 내부적으로 적정 금액을 설정해놨다. FA 시장이 과열되고, 금액이 많이 올라서 걱정도 된다. 그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과정은 의미가 없다. 결과로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제)의 압박’도 받지 않는다. KBO가 14일 발표한 2022년 구단별 연봉 총액을 살펴보면, 한화는 50억9546만 원으로 전체 9위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하는 샐러리캡(114억2638만 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어서 다른 팀보다 적극적으로 FA 영입에 나설 수 있다.

한화의 타깃은 야수 FA가 될 전망이다. 고질적인 문제인 공격력을 끌어올려줄 강타자를 영입 우선 순위로 정했다. 손 단장은 “시장 상황을 봐야겠지만, 좋은 타자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채은성(32)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주전 외야수와 한방을 쳐줄 수 있는 중심 타자 영입이 간절하다. 채은성은 코너 외야수와 1루수를 소화할 수 있고,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도 최근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일발 장타력을 갖췄다. 다만 원소속팀인 LG도 채은성을 반드시 잡겠다는 방침을 세워 치열한 쟁탈전이 예상된다. 

한화는 퓨처스(2군)리그 FA인 이형종(33)에게도 관심을 두고 있다. LG 외야수 이형종은 올 시즌 1군 등록일이 55일에 그쳐 'KBO리그 등록일이 60일 이하인 시즌이 통산 7시즌 이상인 선수'가 얻는 퓨처스리그 FA 자격을 채웠다. 최근 LG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그는 친정팀 잔류 대신 이적을 선택했다. 

퓨처스리그 FA를 영입한 구단은 계약하는 선수의 직전 시즌 연봉만 보상금으로 원소속 구단에 지급하면 돼 부담이 적다. 한화를 포함한 다수의 구단이 우타 거포인 이형종 영입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손 단장은 “이형종 영입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시장이 열리면 접촉해 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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