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취재의 기억
손흥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활약 기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손흥민이 2018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과 3차전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KFA 제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손흥민이 2018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과 3차전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그날 카잔의 밤은 아름다웠다. 숙소 인근 거대한 호수 위에선 형형색색의 분수 쇼가 펼쳐졌고 호숫가 건물들에선 휘황찬란한 조명들이 잔잔한 물결을 비췄다. 호숫가를 걷고 동료와 루프탑 라운지에서 마치 해후한 것처럼 웃으며 대표팀 관련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은 2018년 6월 그 기적같은 밤의 얘기다.

후반 추가시간 6분 50m를 질주해 쐐기 골을 뽑았던 손흥민은 “꿈같은 밤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러시아 월드컵 현장 취재진에게도 잊을 수 없는 밤으로 남아 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FIFA 랭킹 1위를 꺾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시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과 3차전에서 상대 골 문을 향해 전력 질주하던 손흥민의 모습과 당시 카잔 아레나의 열광적이던 분위기는 축구 기자 인생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손흥민의 월드컵 질주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2일(이하 한국 시각) 마르세유(프랑스)와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상대 선수의 어깨에 얼굴이 충돌해 눈 주위 뼈 네 군대가 부러진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은 4일 수술을 받았지만, 21일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엔 정상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마스크를 쓰고 활약한 대선배 김태영(52)처럼 부상 투혼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여러분이 참고 견디며 써오신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 경기에서 쓰게 될 저의 마스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겠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고 힘주었다.

의료진은 손흥민의 부상 회복 기간을 최소 4~6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4년 전처럼 또 하나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려 한다. 축구계도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손흥민이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FA 제공
손흥민이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FA 제공

14일 기자와 만난 허정무(67)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손흥민 선수는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부터 뛸 것이라 본다. 저 정도의 부상이라면 뛸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김태영 선수도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에서 활약했다. 의학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손흥민의 부상은 사실 축구 피지컬 측면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 정도다. 경기 출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허정무 전 감독은 “대표팀 주장인데다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라 무조건 뛸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 본인도 출전 의지가 강하다. 대표팀은 손흥민에 황희찬(26), 김민재(26) 등이 포진해 있다. 역대 대표팀 가운데 선수 구성이 가장 좋은 대표팀이다”라고 다가오는 월드컵을 기대했다. FIFA 역시 “카타르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손흥민의 빠른 쾌유를 빌었다.

손흥민은 16일 카타르에 도착해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합류한다. 벤투호는 24일 오후 10시 우루과이와 대회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치른다. 이후 28일 오후 10시에 가나, 12월 3일 오전 0시에 포르투갈과 대결을 벌인다.

월드컵 규정상 해당 국가의 대회 첫 경기 시작 24시간 전까지는 심각한 부상이나 질병으로 경기에 뛸 수 없을 시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러나 ‘정신적 지주’인 손흥민이 선수단에서 중도 하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축구계는 손흥민이 최소 벤치에 대기하는 것만으로도 선수단의 사기를 높이고 상대국에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미국의 미술사가인 고(故) 버나드 베렌슨은 “기적이란 기적을 믿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했다. 손흥민은 카잔의 기적에 이어 ‘카타르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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