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등 금융시장 자금경색 심화
정부,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산은, 역할 커져
회사채 매입한 산은 부실 커지면 민영화 빌미 주장도
김진태 지사 고의부도설과 민영화 연결 소문도 나와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김근현 기자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김근현 기자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에 자금경색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50조원이라는 막대한 액수의 지원책을 꺼내들었다. 이를 위해 KDB산업은행 활용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산은이 부실해지면 '산은 민영화'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기업들의 자금 마련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지난달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은 전월 대비 1조6000억원 감소한 3조7000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지난달 전체 채권 발행 규모는 금융채, 자산유동화증권(ABS), 회사채 감소 등으로 전월 대비 8조8000억원 줄어든 55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회사채 미매각율은 33%를 넘었다. 

일각에선 제2의 IMF 사태와 비견되는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금융가에선 지난 9월말 강원도의 레고랜드 지급보증 거부사태가 지금의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목한다.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205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 강원도가 회생절차를 거론하면서다. 

신용도 높은 지자체마저 돈을 못 갚는다는 소식은 채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자금 경색으로 이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상환을 약속했지만 촉발된 혼란을 돌이킬 수 없었다. 

결국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달 23일 50조원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불 켜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전경. / 서동영 기자
불 켜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전경. / 서동영 기자

◇ 기업들 부실한 회사채, 산은에 떠넘기기

이같은 지원책이 자칫 산은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결국 산은을 통한 회사채 매입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최 교수는 "한국은행은 통화량을 줄이고 있고 시중은행은 한국은행에서 돈을 구하는 것도 은행채 발행도 어렵다. 정부로선 현재 상황에서 제일 만만한 게 산은같은 특수은행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금융위원회는 PF, ABCP, CP에 대한 추가 정책 지원책을 내놓으며 산은의 증권사 발행 CP 매입 시 심사 기간을 기존 10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줄였다. 또 산은 등을 통한 기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한 지원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의 부실한 회사채를 떠안은 산은 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걱정 속에 이것이 산은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배근 교수는 "산은이 부실해지면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 방만화를 이유로 산은의 민영화를 시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추측했다. 

과거부터 산은 민영화에 대한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다. 이번 정부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량·성숙단계 여신 판별기준 시나리오'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공개한  '우량·성숙단계 여신 판별기준 시나리오' 문건. / 김주영 의원실 제공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공개한 '우량·성숙단계 여신 판별기준 시나리오' 문건. / 김주영 의원실 제공

산은이 작성한 해당 문건에 따르면 산은 전체 영업자산 243조7000억원 중 이관 대상이 되는 자산규모는 106조5000억원이며, 이중 신용도가 최고 수준인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알짜 회사만 골라 18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민간은행에 넘긴다는 것이다. 

산은은 우량 성숙 여신에 대한 내부 검토를 위한 분석 자료일 뿐, 여신 시중은행 이관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반면 김주영 의원은 해당 문건이 산은 민영화 준비작업이라고 주장했다. 

김주영 의원은 여전히 산은 민영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최근 기재부가 공공기관 자산 14조5000억원 매각을 확정하는 등 공공부문 민영화 우려는 여전하다"며 "과거 보수정권은 산은 소매금융을 축소하며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하고 다시 5년 만에 통합했다. 이런 민영화 방식으로 정부 입맛에 따라 국책은행을 관리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기관 혁신, 국책은행 쇄신'이란 명분으로 우량자산을 민간에 이관시키려는 것은 민영화 수순이라고 볼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 김진태 지사가 정부의 산은 민영화를 돕기 위해 일부러 레고랜드 사태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 관계자들은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위기가 찾아온 건 사실이지만 고작 산은 민영화를 위해 그런 큰일을 벌이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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