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운데). /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운데).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4ㆍ키움 히어로즈)가 프로야구 사상 첫 ‘부자(父子) 최우수선수(MVP)’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한국야구위원회(KBO) 시상식에서 MVP에 뽑혔다.

KBO는 지난달 16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현장에서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기자들이 MVP와 신인상을 각각 1명씩 기표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현장 부재자와 지역 언론사 소속의 기자 투표는 이메일로 받았다. 올 시즌부터 기존 점수제에서 다득표제로 바뀐 투표 방식에 따라 총 MVP 후보에는 총 16명의 후보가 등록됐다. 이정후는 기자단 투표 107표 중 104표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MVP를 거머쥐었다. 

KBO리그 대표 타자 이정후는 올해 타율(0.349), 안타(193, 타점(113), 출루율(0.421), 장타율(0.575) 부문에서 1위를 석권했다. 홈런도 데뷔 후 최다인 23개를 기록하며 ‘완성형 타자’로 진화했다. 그는 지난해 타율 0.360로 타격왕을 차지해 아버지 이종범(52) LG 트윈스 코치(1994년)에 이어 프로야구 사상 첫 ‘부자 타격왕’에 오른 바 있다. 올해는 사상 첫 ‘부자 MVP’ 위업을 이뤘다. 이종범 코치는 1994년 타율(0.393), 최다안타(196개), 득점(113점), 도루(84개), 출루율(0.452)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뒤 MVP까지 받았다. 당시 이종범 코치의 나이도 24살이었다.

시상대에 오른 이정후는 “6년 전에 신인왕을 받으러 왔을 때 MVP를 받는 선배를 보면서 언젠가는 MVP를 받아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런 날이 와서 정말 영광스럽다. 수상을 예상하긴 했다. 만장일치 수상을 하지 못해서 아쉽지 않다”며 “그동안 이종범의 아들로 살았는데, 오늘부터 제 이름으로 살겠다. 우승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수들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의심하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시즌을 마쳤다. 내년에 다시 팬들과 우승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힘줬다.

LG 트윈스 고우석. /연합뉴스
LG 트윈스 고우석. /연합뉴스

내년 1월 이종범 코치의 사위이자 이정후의 ‘매제(妹弟)’가 되는 LG 마무리 고우석은 세이브상을 받았다. 그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동생이자 이종범 코치의 딸인 이가현 씨와 화촉을 밝힐 예정이다. 고우석은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가족 중 야구를 가장 못 할 것 같다”고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밝혀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의 영광은 두산 베어스 중고 신인 정철원(23)에게 돌아갔다. 그는 107표 중 74표를 받아 한화 이글스 김인환(28·24표)을 제치고 신인상을 품었다두산은 2010년 양의지(35·현 NC 다이노스) 이후 12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 했다. 정철원은 1983년 박종훈, 1999년 홍성흔, 2007년 임태훈, 2009년 이용찬(33·현 NC), 2010년 양의지에 이어 두산(전신 OB 포함) 출신 6번째 신인왕이다.

안산공고 출신인 그는 2018년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프로 데뷔 4년 만에 기량이 만개했다. 올 시즌 처음 1군 마운드를 밟았고, 거침없는 투구를 펼치며 두산 불펜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58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2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10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특히 2007년 임태훈이 보유하고 있던 KBO리그 역대 데뷔 시즌 최다 홀드(20개) 기록을 경신하며 새 역사를 썼다.

정철원은 “경쟁자인 (김)인환 형이 있었기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끝까지 아프지 않고 완주한다는 생각으로 해서 좋은 상이 따라온 것 같다”며 “내년에도 아프지 않고 올해보다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 고교 선배인 김광현(34·SSG 랜더스) 형처럼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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