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변호사
                                   조은 변호사

[한스경제/ 조은 변호사] 2022년 여름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였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 변호사가 법무법인 한바다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전하는 작품으로, 긍정적이고 선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 드라마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선으로 보면 흥미로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우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바다는 근무 환경이 상당히 좋아 보인다. 장애인 고용률 내지 남녀 고용 평등률 등이 높은 편(성별에 따른 승진 제약 등도 없어 보인다)이고, 기본적으로 근무하는 구성원들에 대한 업무지원이 상당히 잘 이뤄지고 있으며,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두드러진다. 여기에 회사 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보할 수 있는 채널(익명 게시판 등)도 갖추고 있어, 구성원의 말하기 힘든 고충을 해소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마련됐다.

사실 일부 대기업 등을 제외한 대다수의 크지 않은 규모의 기업들은 구성원의 인권·노동문제에 많은 자본과 노력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 존속의 근본적 목적인 수익창출에 반대되는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법인 한바다의 경우 분명 ESG 중 S, 그 중 특히 구성원에 대한 인권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나고, 이는 곧 우수한 인력의 채용, 안전과 만족감을 느끼는 구성원들의 우수한 성과물 창출 등 가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예컨대 정명석 변호사가 잦은 야근과 과로 등으로 인해 법정에서 쓰러진 경우다. 이는 산업재해에 해당함은 물론, 이 같은 일이 다른 변호사들에게도 종종 발생했다면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 대상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이는 반드시 사전에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해 구성원들의 안전 및 보건 확보에 더욱 신경 쓸 수 있어야 한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관점도 흥미롭다. 소덕동 마을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관련한 '도로구역결정처분 취소 소송'은 처음에는 맡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소덕동 마을을 직접 둘러보고 마을 공동체 상황을 살펴본 후 이 마을의 명물인 팽나무까지 확인하고서 소송을 맡게 됐다. 

소송 과정에서 법무법인 한바다는 환경영향평가의 절차적·실체적 하자를 꼬집고, 대안 도로(지중화 등)를 제시하며 주민들이 이루고 있는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소덕동 주민들의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 현장검증 단계에 이르러서는 여러 사정에 의해 주민들의 입장이 각기 나뉘어 마을 공동체가 다소 분열이 되는 상황도 그려졌다.

결국 소덕동의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됨을 근거로 소송에서 이기게 되고 행복로는 기존 계획과 달리 소덕동 마을을 우회해 지어진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대처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ESG에서 중시하는 환경과 지역공동체 등에 대한 이슈를 다룰 수 있었다.

반면 환경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 환경영향평가법 등 법령에서 정하는 절차를 모두 지켰음에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또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환경상·생활상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주요한 행정처분 등이 행해질 때 필요한 의사확인 절차 등에 대한 중요성, 환경을 보존하면서 관련 인프라를 지을 수 있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한 충분한 고민 없이 행해지는 조치 등도 ESG의 시선으로 본다면 충분히 논의하고 연구할 수 있는 이슈다.

ESG가 '시대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 등에 대해 ESG 시선으로 접근하고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ESG가 변화시키는 더 나은 세상이 조금은 더 빨리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조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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