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 자율운항선박 개발·상용 촉진 법안 발의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 규모 2030년 143억 달러 전망
정부, 2025년까지 1603억원을 투자해 핵심기술 개발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Avikus)의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이 탑재된 초대형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 /HD현대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Avikus)의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이 탑재된 초대형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 /HD현대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최근 국회에서 바다 위의 ‘테슬라’라고 일컬어지는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면서 이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탄력이 붙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자율운항선박 기술 상용화 전제인 운항구역, 안전기준 등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울산 동구)은 지난 22일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상용화 촉진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자율운항선박은 조선업의 미래 먹거리이자 제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선박 운항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미래 고부가가치 선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선·해운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과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미래 유망 신사업분야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권명호 의원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의 정의와 임시항해기준 근거는 물론 개발 및 상용화의 전제가 되는 운항구역, 안전기준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때문에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상용화에 제약이 있는 실정이다.

이에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실증·시범운항 등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게 권 의원의 설명이다. 자율운항선박의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고 자율운항선박 및 핵심기자재를 국제적으로 선점한다는 취지다.

권명호 의원은 “울산은 동구에 위치한 자율운항선박 실증센터를 중심으로 기술개발 및 실증을 위한 기반이 조성되어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등 자율운항선박기술의 주요 수요기업이 위치하고 있어 자율운항선박의 핵심 클러스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제정안을 통해 울산이 조선업 미래 먹거리인 자율운항선박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더 나아가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상용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김제·부안)은 지난 7일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실증과 상용화 촉진 법적 근거 담은 동일한 이름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자율운항선박과 자율운항시스템, 자율운항 지능화 시스템, 원격운항센터 및 원격운항자 등 자율운항선박에 관한 정의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해양수산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자율운항선박의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본계획을 토대로 매년 개발시행계획과 상용화촉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했다.

여야 모두 자율운항선박 기술 촉진에 힘을 쏟는 이유는 관련 분야 성장성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해당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규모가 235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에서는 대형조선소를 중심으로 기술개발과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Avikus)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선박은 자동차와 달리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명주기도 길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자율운항선박 도입·확산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실용화·상용화를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 역시 앞서 자율운항선박 기술 실증에 나선다고 밝히나 바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일 울산 동구에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를 준공·개소하고 본격적인 자율운항선박 기술 실증을 통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해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 운항이 가능한 ‘자율운항선박 핵심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6년간 1603억원을 투자해 지능형 항해시스템과 기관자동화시스템, 차세대 통신시스템, 육상운용시스템 등 자율운항선박 핵심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윤현수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이번에 구축된 성능실증센터에서 25m급 시험선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검증된 기술을 2024년부터 약 2년간 해상 실증 시험을 거쳐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해양수산부는 원활한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법률을 마련하는 등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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