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위기 속 경제 핵심 축인 수출 둔화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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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하며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나섰다.

잠재성장률이 2.0%를 밑도는 년간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대형 위기 상황이었던 경우로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가까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0.7%)이며 그 이전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6%) 외에는 없다.

한은에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한 바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9%,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 한국금융연구원은 1.7%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한은 이 같은 예상치를 반영해 지난 8월 하향조정한 것보다 그 폭을 키워 하향 조정한 것이다.

그동안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복합적인 '3高' 상황에서 고전 중인 우리 경제는 최근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가장 핵심축이라 할 수 있는 수출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통관 기준 잠정치로 지난 11월 1일부터 20일 사이 수출액은 331억 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7%가 줄었다. 10월 전체 수출액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5.7%가 줄었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에 3.9%가 줄어든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그나마 우리 경제에 숨통을 튀워주던 수출마저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4분기에도 중국 수출과 IT품목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입 수요가 약화하며 수출은 부진할 것으로 에상된다. 품목별로 보면 3분기 통관수출 증감률이 반도체는 -3%에서 -16%로, 화공품은 2%에서 -13%로, 철강은 -4%에서 -13%로 고꾸라졌다.

그런가하면 올해 여섯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 고물가 상황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은은 24일,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6%로 내렸다. 하향 폭이 좁고 연 3%대 물가 상승률이라면 사실상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의 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가 2%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통화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 연준 역시 한동안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미간의 금리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긴축기조 유지와 함께 한은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로 내년에도 유럽의 에너지 수급차질이 지속된다는 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당분간 유지되다가 3월 양회 이후 점진 완화될 것을 전제로 내년 경제 전망을 이끌어냈다. 요컨대 대외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또한 소비 측면에선 양호한 회복 흐름을 보이던 민간소비의 속도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소득 역시 고용회복과 임금상승 속도과 완만해지며 소득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소득 증가에 소비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주택 가격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과 같은 하방리스크로 잠재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연령대인 40대 이하의 주택구입이 이전 크게 늘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소비 전반의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경상수지 역시 올해부터 흑자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 250억달러에 이어 2023년엔 280억달러, 2024년엔 48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는 내년 이후 서비스수지 악화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점차 개선된다는 전제 아래서며 지난 지난 8월에 발표한 전망치인 370억달러, 340억달러보다 큰 폭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는 그만큼 내년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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