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영국·독일·스페인 등 횡재세 도입 또는 세율 인상
횡재세 법안 2건 국회서 계류 중
용혜인 의원실 “횡재세 도입을 위해 일상에서 촉구 활동 예정”
서울의 한 주유소 주유기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주유소 주유기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유럽 주요국들이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도입하거나 세율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재점화할지 시선이 쏠린다. 정치권과 시민·노동단체는 국내 정유사 또는 은행 등을 대상으로 횡재세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횡재세는 기업이 외부요인으로 얻은 이익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다. 특히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일부 기업에 과도한 이익이 집중되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

◇ 유럽 각국 횡재세 도입하거나 세율 인상

스페인 하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은 향후 2년간 대형은행의 이자 및 수수료 수입에 4.8%의 세금을 부과해 총 30억 유로를 조달한다. 같은 기간 공공사업에서는 매출액의 1.2%를 세금으로 부과해 40억 유로를 마련할 계획이다.

영국과 독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영국은 내년부터 에너지 기업에 부과하는 세율을 25%에서 35%로 끌어올리기로 했으며, 독일은 올해 연말까지 횡재세를 도입해 기업들의 2022~2023년 초과이익의 30%가량을 환수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횡재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배경에는 유류세 인하에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기름값과 고유가로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운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0% △올해 5월 30% △올해 7월 37% 등으로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지만, 한번 오른 기름값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면 국내 정유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들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7조5536억원으로 직전 분기(4조7668억원)보다 2조8000억원가량 많은 수익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횡재세에 관한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우리나라도 현재 고유가 상황으로 인해 일부 업종에 과도한 이익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횡재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2022년 1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이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 한국형 횡재세법 2건 국회 계류…용혜인 의원실 “일상에서 도입 촉구 활동 예정”

정치권에서는 정유사 등의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며 관련 법안까지 발의됐다. 국회에는 현재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한국형 횡재세 도입을 위한 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성만 의원안은 정유사에 대해, 용혜인 의원안은 은행의 초과이득에도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2개의 횡재세법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건 상정에 불발돼 국회 논의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용혜인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횡재세 연내 도입을 촉구했다. 횡재세를 부과하면 약 3조~4조원 규모의 세수가 걷힌다고 밝히며 현재와 같은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금융, 에너지 취약계층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큰 액수라고 설명했다.

용혜인 의원실은 “유럽연합은 각국이 실정에 맞게 횡재세를 계속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럽 같은 경우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국내보다 더 심각한 반면, 국내에서는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은행 부문에 관한 횡재세가 이슈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횡재세 도입을 위해 일상에서 촉구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횡재세 부과 대상 중 하나인 정유업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시적인 수익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정유회사들이 수출을 많이 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 하락이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회사 마진이 국제시장 마진과 크게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며 “일시적인 수익에 세금을 매긴다는 건 좀 과도한 측면이 있고 자칫 수출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라든지 수출 가격 경쟁력 하락까지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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