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노조 반발도 즉각적..."꼼수 이전" 주장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윤승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산업은행지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윤승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산업은행지부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이르면 올해 말 산업은행의 이전 계획 수립이 완료돨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내년 초부터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직 안팎에선  '무리수 이전'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산업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부산 이전이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걸림돌이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1차적인 문제로 조합원들의 노동환경 이슈와 직면하게된 산업은행노동조합이 가장 앞장 서 부산 이전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위원장 조윤승)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부산 이전을 위해 산업은행은 중소중견금융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명칭을 변경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 네트워크지원실과 지역성장지원실을 후자로 통합하고 지원실을 부산으로 내려보내 영업점을 총괄하는 영업전략·목표 수립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 뿐만 아니라 동남권역을 영업거점으로 하는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하고, 해양산업금융본부 내 해양산업금융2실도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다.

노동조합이 입수해 공개한 이전 계획과 관련한 내부 문서에선 동남권투자금융센터가 혁신벤처와 스타트업 발굴, 지역특화산업 육성 지원 등 벤처투자와 녹색금융, 지역개발PF까지 수행하는 CIB 전문부서로 기능하도록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법제도 상 이슈가 없는 지역개발 PF 승인액 3400억원 가량을 이관 가능한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울러 신설되는 해양산업금융2실은 동남권역의 전통 주력산업인 해양산업 관계기관들과 업무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해양산업 밸류체인 고도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향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연료 고부가가치 선박 등, 차세대 선박금융 수요를 전담 대응하게 된다.

1차 계획안에 따르면, 이 같은 조직개편을 통해 현재 동남권 인원 153명은 207명으로 54명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조윤승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이에 대해 "1차 계획은 회장 보고 중 100명 이상으로 확대하라는 지시에 수정됐다"고 폭로했다.

이전 계획 문서엔 확대·증원되는 인력들의 근무공간 활용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특히 현재 부산지점의 기존 공실과 입주사의 계약해지 통보 등으로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이 같은 부산 이전 계획을 29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 위원장에 따르면,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이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 이사진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실제로 임기를 7개월 넘게 남겨두고 있는 조한홍 사외이사의 경우 지난 23일 사임을 표명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부서를 한두 개 신설하거나 옮기는 사안은 원래 이사회 의결사항이 아니고 회장이 결재해 추진하면 된다"며 "이걸 굳이 이사회에 의결하려고 안건으로 올리는 회장이나, 임기가 7개월이나 남기고 사임을 결정한 사외이사가 이게 뭐라고 그러는지 싶다"고 토로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슈가 "향후 배임이나 직권남용 등의 사태로 확대될 경우, 회장이든 사외이사든 굳이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사회 등을 거쳐 향후 계획이 수정될 수도 있겠지만, 1차 계획 내용에서 향후 추진 일정은 12월 말까지 정원 및 예산을 확정하고 1월 말부터는 인사이동을 거쳐 이전을 가시화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노동조합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이튿날 예정된 이사회 의결사안에 대해 "반드시 이사들 개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지난 국감에서도 법과 절차를 엄수하며 진행돼야 할 정책이라고 수 차례 지적됐다"며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174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집회를 이어오고 있는만큼, 이번 조직개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고 의결했다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계획과 관련한 논란에서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동남권역은 부산·울산·경남권역을 가리키는 것이다. 동남권역의 경제 규모 비중은 지속 감소 중에 있으며, 특히 수도권과의 격차가 심화되는 게 사실이다.

지난 2015년 15.8%였던 동남권역 경제 비중은 2020년 14.0%로 줄었다. 반면 수도권은 같은 기간 50.1%에서 52.7%로 늘었다.

산업연구원의 지역별 성장잠재력 분석 결과, 동남권은 최하위권으로 하락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기업이나 산업의 역량, 인적자본의 역량 등이 취약하고 산업대전환 시대에 발 빠른 대응이 부족했다는 게 주 요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 본점 이전으로 이와 같은 지역 상황에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이전 추진 과정에서 '무리수'라고 평가받을 만한 상황이 수 차례 반복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부산시 산하 부산연구원이 정리한 'K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만 해도 대표적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처럼 보고서 제목의 기관명 표기부터 잘못됐다. 

산업은행은 한국산업은행법에 근거해 설립과 목적이 규정된다. 산은법에 따르면 은행의 명칭은 한국산업은행 정관에서 규정한다. 정관 제1조(설립과 명칭)에서 한국산업은행이라 칭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글로벌 은행으로서 위상을 고려해 'KDB산업은행'이라는 명칭을 상용하고 있다. 은행 CI에도 마찬가지의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아마도 'KDB'를 오기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보고서 제목 외에도 7페이지 분석모형에 대한 설명, 같은 페이지 분석방법에 대한 설명 등에서도 마찬가지의 오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보고서 작성자의 수준이 심각하게 의심된다.

보고서에선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부·울·경 동남권역의 생산 유발 효과가 2조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총 1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유휴부지 현황자료 5페이지와 참고문헌 1페이지를 제외하면 5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에서도 수 차례 기관명을 오기한 보고서의 생산 유발 효과 분석이 신뢰성을 갖긴 어렵다.

참고로 참고문현 역시 산업은행 현황 공시자료 5건과 통계자료 2건으로 매우 부실하다. 영업자산 250조원, 매출 30조원인 국책은행의 분석 보고서라고 보기엔 수준미달이다.

경제효과 계산 역시 한국은행이 고시한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해 대단히 단순화된 것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분석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있다. 생산 유발 효과를 재정투입금액과 해당 지역별 생산유발계수의 곱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여기서 재정투입금액은 현재 산업은행의 연간 운영비용을 대입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와 큰 상관관계가 없는 일회성 비용인 부산 신규사옥 건축비까지 모두 재정투입금액에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계산의 의도는 명확하다. 부산 이전의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서다.

아울러 퇴직급여, 감가상각비 등 경제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 비용도 '기타경비'에 포함하는 등 의도적으로 산업은행의 연간운영비를 과대계상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만일 보고서 작성자가 이와 같은 의도가 없었다고 하면 보고서 자체의 신뢰성은 더욱 더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보고서는 작성자 표기도 생략돼 있다.

박종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